[함께, 더 멀리] 영국인 '사만다'가 들려주는 20년 울산살이
서울·부산처럼 번잡하지 않고 정 넘쳐
성남 골목·예술마을·태화강 매력 흠뻑
"자연·문화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도시
다국어 지원 서비스 다양해졌으면"

"한 달쯤 살아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 인생이 이곳에 뿌리내렸네요."
2004년, 영국의 명문대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간호사로 일하던 사만다 페트 제인(Samantha Pett Jane) 씨는 친구가 보내온 한국의 풍경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영국에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친구가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걸 보며,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떠난 여정은 경주에서 시작되어, 2007년 울산으로 이어졌다.
사만다 씨가 울산에 정착한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경주는 아름다웠지만 제게는 조금 작은 도시였어요. '시골 감성'을 좋아하긴 하지만, 문화생활과 도시의 편의도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울산은 그녀에게 그 모든 것을 안겨주었다. 산과 바다, 강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카페와 서점, 영화관까지 누릴 수 있는 도시였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번잡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규모의 '정이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사만다 씨의 울산에 대한 첫인상은 '여유와 환대'였다.
"울산 사람들은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어요. 초반에 한국어 실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지 않았죠."
그녀는 성남동의 골목길, 예술마을, 태화강변의 산책길 같은 일상의 풍경에서 울산이 가진 매력을 발견해갔다.
그러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언제나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언어와 공공행정.
"공공기관이나 병원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때로는 서류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하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이곳에 20년을 살았고, 모든 정보를 이미 제공했는데도, 마치 처음 온 사람처럼 매번 모든 걸 다시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20년 가까이 체류한 저도 이런데 새로온 외국인들은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울산에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그녀는 웃으며 냉장고가 고장 났던 일을 떠올렸다. AS접수를 진행하기 쉽지 않았고 또 서비스 기사가 방문시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집 인근의 마트 사장님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마트 사장님이 서비스센터 측과 통화하여 일정을 조율해 주었고 또 제 음식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모든 식품을 마트의 냉동고에 보관해 주었을 뿐 아니라 언제든 들러서 꺼내 쓸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 때, '내가 이들에게 이방인이 아니구나' '울산의 정이 참 따뜻하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사만다 씨는 지난 수년간 울산이 점점 더 외국인 친화적인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어 안내 표지판이 많아졌고, 다양한 국제 음식점도 생겼어요. 무엇보다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 행사나 지역 사회 프로그램이 확실히 늘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점이 있다. 바로 정보의 부재다.
"울산시에 처음 왔을 때, 병원 연락처, 버스 노선, 관공서 정보 등이 담긴 유익한 책자를 받았어요. 이러한 책자를 공항과 버스 터미널 등에 배치하여 새로운 외국인들이 환영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특히 관공서와 병원의 다국어 지원 서비스가 더 다양해지길 희망했다. 그녀는 울산의 외국인 주민지원센터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울산은 처음엔 조용한 도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며들어요. 시장을 둘러보고, 산에 올라보며, 바다를 둘러본다면 어느새 울산만의 매력에 스며든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거에요.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면서 울산의 정을 느껴볼 기회를 가져보길 바라요."

그들은 조용히 살아가지만, 그들의 경험은 울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언어, 행정, 교육, 생활문화-그들이 겪은 불편은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이며, 그들이 느낀 따뜻함은 우리가 지켜야 할 울산의 가치다.
이제는 '외국인 주민'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할 때다.
시민기자= 김영화 WeHOPE(위호프) 대표
※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