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정부, ‘K-조선’ 초격차 전략 윤곽…키워드는 ‘북극항로’ ‘탈탄소’ ‘국산 기자재’

정윤성·변문우 기자 2025. 7. 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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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장관, ‘對美 MASGA 프로젝트’ ‘對內 조선업 성장 전략’ 투트랙 추진
“극지운항 선박·방한 기자재 개발 지원…수소 등 탈탄소 선박 지원 전략도 구상”
“핵심 기자재 해외 의존도 높아…국산 기자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시사저널=정윤성·변문우 기자)

"미국 조선업을 재건할 파트너는 한국뿐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조선업 협력' 카드를 승부수로 꺼내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부적으로도 ①북극항로 지원(산업 다변화) ②탈탄소 선박(친환경 전환) ③국산 기자재(해외 경쟁력) 3대 축을 중심으로 'K-조선' 초격차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세계 1위를 다투는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더욱 높여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의 독보적 무기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북극항로 개척에 발맞춰 '극지운항 선박 개발'을 중점 지원하는 등 조선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도, '친환경 선박' 분야에 대한 종합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조선 기자재도 국산화시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세 협상 국면에서 조선업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되는 만큼 산업부의 정책 집중력에 이목이 쏠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미 협상 핵심 카드인 'K-조선'…中 추격에 위기감

현재 조선업은 대미 관세 협상을 풀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통상당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 장관은 최근 미국 측에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제안했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한국의 조선 경쟁력을 토대로 미국과의 산업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각각 5500억 달러,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을 기존보다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약 1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안을 준비한 탓에 동일한 방식으로 미국의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장관은 이에 따라 미국과 '제조업 협력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장관은 시사저널이 단독으로 입수한 인사청문회 비공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국익 극대화 목표 하에 실용주의 관점에서 상호 윈윈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비용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꾀해 상호 호혜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 산업이 이미 쇠퇴한 미국이 군사, 물류 등 전략적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국 조선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달 신규 선박 수주량 기준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1%로 중국(53%)와 함께 사실상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에서 조선업으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도 한국과의 조선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한국 조선업 역시 중국과의 구도를 고려하면, '초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가 공세와 기술 발전 속도를 앞세운 중국의 위협도 날로 커지는 흐름이다. 특히 중국은 '중국제조2025' 전략에 따라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상업용 선박뿐만 아니라 군함 등 다양한 선박의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떠오른 LNG 추진선, 탈탄소선 등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조선소들은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수주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한국이 강점을 보이던 LNG 추진선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관세 협상의 '조선업 승부수'도 무위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가운데, 7월28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모습. 이번 프로젝트에는 공적 금융 기관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정관표 'K-조선 경쟁력 강화' 로드맵 보니

이런 위기감 속에 김 장관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키워드로 북극항로 지원·탈탄소 선박·국산 기자재를 제시했다. 먼저 김 장관은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해수부와 협조해 우선 북극항로 운항에 필요한 극지운항 선박 개발을 중점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극지 쇄빙선 설계 및 추진 기술, 극저온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방한 기자재 개발 등을 신속하게 추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이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배경에는,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한반도 동남권이 그 핵심 거점이자 동북아 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그는 "우리 산업에도 유럽 수출길 운항거리 단축, 쇄빙선 등 고부가 선박 수요 창출, 에너지 수입 경로 다변화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언급헀다. 단순한 항로 개척을 넘어 조선업 경쟁력 제고와 함께 국제 물류 질서 내 우위를 선점할 전략적 기회로 북극항로를 꼽은 것이다.

이에 더해 김 장관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조선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IMO는 2023년 국제 해운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목표보다 대폭 강화해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40년에는 최소 80%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효율·친환경 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선박용 친환경 기자재와 자율운항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장관은 "K-조선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LNG 운반성 이후 새로운 먹거리 개발, 생산성 혁신 등 경쟁력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며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탈탄소 선박과 자율운항 선박 분야 등 차세대 선박 분야 선점을 위한 종합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조선소 생산성 제고와 중소조선·기자재 동반 성장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의 또 다른 화두는 기자재의 국산화다. 중국의 경우 조선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2024년 기준 평균 54% 수준에 머물지만, 한국은 약 90%에 달한다. 국산 기자재는 운송 비용이 낮고, 의사소통과 조율이 수월해 납기 지연이나 기술적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국내 조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산 기자재 사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게 김 장관의 구상이다.

김 장관은 금년 중으로 조선 기자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국산 기자재사들의 경쟁력 강화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LNG 화물창 등을 비롯한 고부가 선박에 탑재되는 핵심 기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친환경·디지털·스마트 3대 분야를 중심으로 100대 기술 관련 핵심 국산 기자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조선 기자재 업계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 금년 중 조선 기자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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