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배 수주계약 체결, 알고보니 허위공시…소액주주 '엉엉'

세종=오세중 기자 2025. 7. 29. 15: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로 세무조사에 나선 곳은 총 27곳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탈세를 자행해왔다.

우선 '무늬만 신사업'을 내세워 허위 공시로 투자자를 유인해 시세를 조종한 9곳이 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시세조종 세력들이다.

기업의 신뢰성 있는 공시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은 주로 신사업 계획, 신규 계약 체결, 자금 조달 성공 발표 등의 공시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 부분을 악용했다. 신약 개발, 2차전지 등 소위 '대박' 사업에 진출하거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매매차익을 누렸다. 소액주주들은 호재성 공시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주가는 폭락하고 손실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공시 후 평균 64일 만에 400% 가량 치솟은 뒤 폭락했다.

소액주주들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떠 안은 반면 대주주인 시세조종 세력들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조합'을 간편하게 설립해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해 납세의무를 회피했다.

허위공시 후 시세차익을 노린 사례./자료=국세청 제공


일례로 A는 상장기업 B전환사채를 가족법인에 미리 싸게 넘긴 뒤 B법인의 해외 자원개발을 허위 발표해 주가를 3.5배 가까이 급등시키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매도해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주식시장의 하이에나로 불리는 '먹튀' 기업 사냥꾼 8개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사채를 동원해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으로 기업을 빈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몰고 간 기업사냥꾼들이다.

기업사냥꾼들은 인수회사의 알짜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팔아 치우고 온갖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려 인수한 기업을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회사'로 만들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는 횡령을 정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다 상장 폐지되거나 재무상태가 악화돼 빚을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었고, 종업원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기업 사냥꾼./자료=국세청 제공.


심지어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남의 명의를 빌려 회사를 인수했고 처벌받은 후에도 또 다시 돌아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 대부분은 기업사냥꾼들로 인해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됐고 거래가 재개된 기업이더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기업사냥꾼들은 '빼돌린 회삿돈'을 경영자문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회사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호텔과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며 호화 사치 생활을 누렸다.

아울러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권한을 남용한 사익편취 지배주주 10개도 조사를 받는다.

상장기업을 '내 것'으로 여기고 우월적 지위에서 권한을 남용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상장기업 지배주주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장회사의 호실적 발표 전 자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해당 주식을 취득하게 한 후 실적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면 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녀회사를 지원했다.

주식시장 관련 규정을 위배해 회사 내부정보를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 합병,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자녀에게 세금없이 자산을 이전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자녀들은 증여받은 재산가액의 약 92%를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분석조사됐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투자→기업의 성장→국민 부의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며 "이런 선순환 구조의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기업의 성과가 모든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돼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5조원 가까이 매도하며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다"며 "이는 허위공시로 인한 주가조작 세력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으 불공정 행위로 한국 주식 시장이 외면을 다앟고 저평가 당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심화돼 한국경제 저성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며 국가 경제에 해악을 크게 미치는 불공정 행위 탈세자에 대해 세무조사 등 엄정 대처는 물론 해당 탈세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