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고산습지 깎아지른 절벽, 여기가 우리 동네 '알프스'네

이서후 기자 2025. 7. 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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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환경재단과 함께 하는 생태여행] ③ 밀양시

치유 샘물 신화 품은 재약산
120만㎡ 사자평·기암괴석 반전

사철 인기 맑은 물·울창한 숲
표충사 시전마을 등 역사 더해

보고 걷고 스며드는 생태 탐방
'천지삐까리' 체험 행사도 운영

한 달에 한 번씩 경상남도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과 생태여행을 떠납니다. 환경재단은 기존 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환경교육원, 경남탄소중립지원센터 등 환경 분야 3개 기관을 통합해 지난해 출범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벌이지만, 도민들에게 가장 와 닿는 건 생태관광지 발굴과 환경 교육일 겁니다. 도내 생태 여행지를 대상으로 환경재단이 하는 탐방과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생태 여행의 매력을 음미하려 합니다.

천년 고찰 표충사(주지 진각스님) 절 마당에서 보는 뒷산 풍경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좋습니다. 바로 재약산인데요. 영남알프스라고 하죠. 밀양, 청도, 울산을 연결하는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고현산 등 1000m가 넘는 7개 산군이 주축을 이루며 연결돼 있습니다. 영남 알프스, 풍경이 마치 알프스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재약산도 영남알프스에서 중요한 산입니다. 재약산이란 이름은 신라의 한 왕자가 샘물을 마시고 병이 나아 '약이 실린 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습니다.

2018년 환경부는 '밀양 사자평 습지와 재약산'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합니다. 생태관광지역은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지역으로 생태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협의해 지정하는 지역이죠. 이후 ㈔밀양사자평습지와 재약산생태관광협의회(대표 정정권·이하 밀양 생태관광협의회)가 발족해 경상남도환경재단과 더불어 생태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양 산외초등학교 아이들이 ㈔밀양사자평습지와 재약산생태관광협의회 재약산 국가생태탐방로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밀양 생태관광협의회

기암절벽과 광활한 고산 평원

 재약산 정상인 수미봉은 천황산 정상과 달리 쭉쭉 솟은 기암괴석이 각각의 생김새를 뽐냅니다. 정상에 서면 동남쪽 발아래로 넓디넓은 사자평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삼남금강', '외유내강의 산'이라는 수식어가 쉽게 이해되는 게, 산 내부에 있는 고산 평원은 부드러운 산세를 하고 있고, 그 바깥쪽 테두리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돼 있는 모양새입니다. 깊은 산 속에 상상하지 못했던 넓은 평지와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수려한 바위가 함께 하면서 그 감동은 두 배가 됩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습지인 사자평 고산습지는 평균 해발 800m 고지 400만㎡(120만여 평)로 축구장 100개 정도의 면적입니다. 환경부에서 2006년 '습지보전법'에 따라 '산들늪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했고, 2009년에는 '사자평 고산습지'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산 아래 웬만한 들판보다 더 넓은 고산 평원이 있으니, 처음 보는 이들이 감탄하고 그 매력에 빠져 다시 찾게 됩니다. 보통 사자평이란 이름에서 동물의 왕 '사자'를 생각하기 쉬운 데, 넓은 들판을 뜻하는 우리말 '사'와 산의 옛말 '자'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이 평원은 신라시대에는 화랑의 수련장으로,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의 승병 훈련장으로 사용됐습니다.

처음부터 억새밭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스키장을 만들고자 숲을 베어냈지만, 강설량이 적어 백지화됐습니다. 그 이전 조선 말기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고, 한국전쟁 후에는 빨치산이 활동 근거지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살길 없었던 백성들이 이곳에 기대어 거친 삶을 풀어나갔습니다. 하나둘 모여든 민초들이 밭을 일구고자 불을 질러 숲을 없애면서 지금의 평원이 형성됐습니다.

우수한 목초지인 덕분에 목장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한때 이곳에는 화전민 80여 가구가 살았고, 이들 자녀를 위해 1966년 고사리분교가 지어졌죠. 또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식당들도 생겨났습니다. 고사리분교는 30년간 3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7년 폐교됐고, 식당도 동물 살생과 계곡 오염 등을 우려한 땅 소유주 표충사의 퇴거 요청으로, 소송 끝에 1999년 철거됐습니다. 아직도 이곳에는 학교터와 화전민이 살았음을 짐작할 만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사자평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억새밭은 조금씩 키 작은 나무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경상남도환경재단 경남생태누리 바우처 사업 참가자들이 표충사 앞 국가생탵탐방로 명상의 숲을 체험하고 있다. /경상남도환경재단
밀양 산외초등학교 아이들이 ㈔밀양사자평습지와 재약산생태관광협의회 재약산 국가생태탐방로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밀양 생태관광협의회

천년 사찰과 함께 하는 생태관광 

보통 재약산을 가게 되면 표충사 공영주차장에다 차를 대죠. 여기 식당촌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매표소까지 표충사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암튼 표충사 계곡도 좋아서 한여름에는 피서객이 엄청 많지요. 이 계곡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그리고 다양한 생물종으로 가득 차 있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밀양 생태관광협의회 사무실을 겸한 안내센터가 공영주차장 식당촌에 있습니다. 협의회는 밀양 사자평습지와 재약산 생태관광지에서 '밀양 - 자연과 소통하는 테마생태관광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경상남도환경재단이 진행하는 '경상남도 생태특별시 천지삐까리 여행' 중 밀양에서 이뤄지는 체험 프로그램도 협의회가 함께 합니다.

생태체험은 재약산 국가생태탐방로를 따라 진행됩니다. 이 탐방로는 표충사를 출발해 흑룡폭포, 층층폭포, 옛 고사리분교 터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밀양시가 2023년 국가생태탐방로 구간 안에 생태계 보전 의식을 높이고 천혜의 산림 경관을 체험하기 위한 '영남알프스 자연생태체험시설'도 조성했습니다.  표충사에서 옥류교에 이르는 1.2km 둘레길을 정비하고 역사체험공간, 약초원, 자연체험공간, 생태체험공간을 만든 거죠.

이헌철 밀양 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재약산 일대에서 이뤄지는 생태체험에서는 늘 역사·문화를 함께 이야기한다고 설명합니다. 표충사란 사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표충사가 지금은 양산 통도사의 말사지만, 그 기원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만든 죽림사입니다. 이후로 부처님 진신사리가 이곳에 봉안이 되고요. 앞서 재약산 이름 유래에서도 말했듯이 신라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이곳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아서 또 절을 크게 지어주고, 고려시대는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1000명의 스님과 함께 수도를 하기도 합니다.

표충사는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국내 유일 사찰이죠. 사찰 아래 표충사(表忠社)라는 사당에는 서산, 사명, 기허대사를 모시고 춘·추계향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서산대사는 조선 선조 때 고승으로 법명은 휴정입니다. 서쪽 묘향산에 오래 머물러 서산(西山)대사라 불렸습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싸웠죠. 사명대사와 기허대사는 둘 다 서산대사의 제자이면서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한 승병장입니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굳이 승려를 기리는 사당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표충사 아래 형성된 관광촌의 행정구역은 시전마을입니다. 옛날 감이 많이 수확된다고 해서 시전(감밭)이라고 불렀다는 유례가 전해집니다. 옛날에 표충사에 곶감을 조달하던 감나무밭이 있던 곳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 한 그루씩은 오래된 감나무가 다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표충사와 함께 했던 마을이었으니 마을 역시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전마을은 '천년의 시간이 머물고 상사화가 피는 마을'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환경재단 천지삐까리 여행 참가자들이 표충사 계곡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환경재단
경상남도환경재단 천지삐까리 여행 참가자들이 표충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환경재단

숲속 가득한 생명과 함께 

생태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먼저 공영주차장에서 표충사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을 걸으며 탐방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표충사 일주문을 지나면 사찰을 중심으로 왼쪽에 금강동천, 오른쪽에 옥류동천이란 계곡이 흐릅니다. 둘 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도는 숨은 명소입니다. 옥류동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를 거쳐 억새밭으로 잘 알려진 사자평습지와 재약산으로 이어집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천 년간 이어진 표충사와 시전마을의 역사 이야기와 함께 이 지역 생태계와 관련한 설명을 듣습니다. 사자평 고산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곤충으로 지정된 은줄팔랑나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직 협의회 쪽에서는 본 이가 없는데, 탐방객 중에서는 직접 촬영한 이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19일에는 표충사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비단벌레 암·수 포함 6마리를 자연 방사하기도 했습니다. 표충사는 2023년 사찰 주변에서 비단벌레 서식지가 발견된 이후 그해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와, 지난해 ㈜숲속의 작은 친구들과 협약을 통해 비단벌레 생태 연구와 지속 가능한 종 보존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는데요. 이날 방사는 이런 활동의 하나입니다. 비단벌레는 초록, 금색, 붉은색 등 빛깔로 '비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곤충입니다. 특히, 신라시대 고위층 장신구를 장식하는데 그 껍질이 쓰였다고 하죠.

이 외에도 표충사 계곡과 재약산 일대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협의회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생태 자원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름철 생태계를 살펴보면 하늘말나리, 층층나무, 회화나무, 노각나무, 초피나무, 산초나무, 산수국, 누리장나무, 고광나무,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등칡, 자귀나무 등 식물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말매미, 털매미, 참매미, 사향제비나비, 매미나방, 황다리독나방 같은 곤충도 여럿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번씩 쪼르르 달려가는 다람쥐를 만나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참고로 여름철에는 눈 주변으로 날파리가 달라들기도 하는데, 산초나무잎을 눈 주변에 붙이면 따라오지 않는다고 밀양 생태관광협의회가 알려주네요. 

표충사 계곡, 사자평 고산습지와 재약산 일대 생태체험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밀양사자평습지 재약산생태관광협의회 누리집(jaeyak.kr) 탐방프로그램 항목이나 경상남도환경재단 누리집(gnen.or.kr) 교육·체험 항목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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