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정전 72주년 DMZ 가보니… 분단 말하는 흔적 곳곳

이종태 2025. 7. 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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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지서 출발한 탐방버스
임진각 출발해 남측검문소 거쳐
2016년 닫은 남북출입사무소
북녘 가는 방향으론 풀만 무성
제3땅굴 관광은 영상으로 대신
도라산전망대서 개성공단 저멀리

도라산전망대서 본 개성공단(왼쪽)과 북한 기정동마을 인공기(오른쪽). 2025.7.2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1953년 7월27일에 체결한 한국전쟁 정전(휴전)협정 72주년을 맞아 지난 27일 ‘분단의 현장’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를 찾았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대남 풍선 날리기와 남북 비방방송이 중단되고 DMZ 관광이 재개되자 ‘임진각’과 ‘도라산’에는 연일 국내외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DMZ 탐방에는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이 함께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과 관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도 오전 9시가 되자 파주 임진각 주차장에는 서울 등지에서 출발한 ‘DMZ 탐방’ 관광버스가 몰려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도라산 전망대 3층 카페에 가득찬 외국인 관광객들. 2025.7.2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임진각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경의선 장단역에서 파괴된 채 반세기 넘게 방치됐던 남북분단의 상징 ‘증기기관차’가 복원 전시돼 있다. 또 폭격을 받아 파괴된 채 남아 있는 경의선 독개다리(임진강 철교)와 자유의 다리,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을 위한 망배단, 평화곤돌라 등이 있다. 일반인들도 신분증을 지참해 임진각 매표소에서 ‘DMZ 탐방 등록’을 하면 도라산과 제3땅굴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오전 9시30분 임진각을 출발한 버스는 통일대교 남측 검문소를 거쳐 녹색 벼가 가득한 장단 들판을 지나 남북경협 당시 개성공단으로 가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출입 절차를 담당했던 남북출입사무소에 들른다. 2016년 2월10일 폐쇄된 남북출입사무소는 디지털 전광판은 꺼져 있고 남북경협이 중단된 후 한 차례도 차가 다니지 않았는지 북녘으로 가는 길엔 풀이 자라고 있어 아쉬움만이 남는다.

예전에 걸어 내려가던 제3땅굴 관광은 모노레일로 바뀌었지만 현재 개선작업 중으로 운영되지 않아 영상 관람으로 대신한다. 폭염 속에서도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을 방문한다는 느낌에서 인지 외국인 관광객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출입 절차를 담당하던 남북출입사무소가 을씨년스럽다. 2025.7.2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도라산전망대로 올라간다. 휴전선 넘어 개성공단은 덩그러니 그 자리 그대로 있다.

맑은 날씨 속 북녘 산하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개성공단과 송악산은 손에 잡힐 듯 바로 앞에 있다.

북측의 기정동마을 인공기와 남측 대성동마을 태극기가 높이 솟아 남북 분단의 현실이 그대로 가슴에 와 박힌다. 북녘 개성공단으로 가는 고압선 철탑만이 예전 남북경협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전망대에 들어선 김 전 이사장은 “왜 이제 왔냐고? 빨리 안 들어오고 그곳에서 뭐하고 있냐고? 죽어가는 공단을 이렇게 내팽개친 채 그대로 둘거냐고? 개성공단이 눈물겹게 아우성치고 있다”면서 “누구를 원망하랴…. 누구를 용서하랴…. 우리 모두 민족사의 뻔뻔한 죄인들”이라고 되뇌였다.

그는 “미국의 분단체제(전쟁체제) 유지 전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의 당사자, 이 땅의 주권자인 우리가, 우리 정부, 국가가 아무런 말이 없다”면서 “총체적 비정상의 근원이 전쟁 상황에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며 한탄했다.

2005년 개성공단 북한측 직원이었던 홍성경(사진 왼쪽)씨. 2025.7.2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개성공단 전시실에는 2005년 기자가 개성공단 방문 당시 안내를 맡았던 홍설경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너무 반갑다. 김 전 이사장에 따르면 홍씨는 지금은 결혼해 아이까지 두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휴전 상태로 대치한 채 남아 있는 세계 유일 분단의 현장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이 도라산 전망대에서 개성공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7.2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정전협정은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항구적 평화 정착을 협의하기 위해 1953년 7월27일 유엔군과 북한·중국이 전쟁의 일시적 정지, 정전을 위해 체결했다. 당시 군사분계선은 전선 상태를 기준으로 휴전선을 설정한 후 군사분계선 양쪽으로 각 2㎞씩, 총 4㎞ 폭의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군사정전위원회(유엔군·북한·중국)와 중립국감독위원회(스웨덴·스위스·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가 감독하고 있다.

파주/이종태 기자 dolsae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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