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엎친 데 빈산소 덮치나…남해안 양식업계 노심초사
양식 수산물 호흡 못해 폐사
고수온 환경에선 더 치명적
작년 경남 굴 양식장 직격탄

“한 놈도 벅찬데, 두 놈이 같이 덤비면 어떻겠습니까. 버틸 재간 없어요. 그냥 눈 뜨고 코베이는 거죠.”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긴 29일 오후 경남 고성군 삼산면 앞바다 굴 양식장. 어장 주변을 훑어보던 어장주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용존산소량이 L당 3mg 이하로 떨어지는 ‘산소부족물덩어리(빈산소수괴)’ 현상이 곳곳에서 포착된 탓이다.

실제 작년 여름 경남 지역 굴 양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굴은 딱딱한 껍데기가 알맹이를 보호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온 변화에 둔감하다. 게다가 지난해는 긴 장마로 육지에 있던 각종 영양분이 바다로 다량 유입돼 성장 환경은 더 좋아 작황이 나쁘지 않으리라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딴판이었다. 경남 전체 굴 양식장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0ha가 초토화됐다. 평균 폐사율은 60%, 심한 곳은 90%를 웃돌았다. 30도를 웃도는 역대급 고수온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다 빈산소수괴가 발생하면서 뒤늦게 떼죽음을 유발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빈사소수괴가 먼저 덮쳤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에 따르면 경남 남해안 빈산소수괴 발생 해역이 진해만에 이어 통영 북신만, 고성 자란만, 한산·거제만과 진주만 등 도내 연안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란만, 고성만, 북신만, 진주만 해역 저층 용존산소 농도는 각각 L당 1.31mg, 2.87mg, 1.38mg, 2.45mg으로 관측됐다.

굴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너무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듯 청수도 마찬가지”라며 “보통은 적조로 플랑크톤이 이상 증식해 산소가 부족해지면 발생하는데, 올해는 반대다. 결코 달갑지 않은 징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고수온과 빈산소수괴가 동시에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어민들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대응 요령이 극과 극인 탓이다.
빈산소수괴는 주로 저층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폐사를 피하려면 수하연(양식생물이 부착된 밧줄)이나 그물을 최대한 짧게 해 표층에 가깝게 둬야 한다. 반면, 고수온을 피하려면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저층으로 내려야 한다.

한편, 한동안 주춤하던 고수온도 연일 기승인 폭염을 등에 업고 다시 세력을 넓힐 태세다. 경남 연안에서는 사천·강진만과 진해만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이 2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예비로 시작해 양식 수산물 폐사 한계인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 주의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로 대체된다.
경남권 최대 수산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도 수심이 얕은 일부 해역은 한낮 최고 28도에 육박하고 있다.
심상찮은 조짐에 해양수산부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29일 오후 2시부로 고수온 위기경보 ‘심각I’ 단계를 발령하고, 수산정책실장이 운영하던 비상대책반을 장관이 총괄 지휘하는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지자체와 함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어민들도 실시간 수온 정보를 참고해 사료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대응장비를 가동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