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공부에 도움 안 돼"…'올림픽 金' 배출한 운동부도 문 닫았다
[편집자주]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학생 수가 줄다 보니 야구부와 축구부는 언감생심이다. 꿈을 키우기 위해 전학하고 멀리 통학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운동부를 책임지는 교육부와 문화체육부는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올해 여름이 운동을 꿈꾸는 일부 학생들에겐 운동장에서 뛰는 마지막 여름일 수 있다. 그들이 내년 여름에도 운동장에서 꿈을 펼 수 있는 대안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의 학교운동부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다른 종목 운동부는 더 심각하다. 기초 종목은 역사와 전통을 지녔음에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구기 종목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최소 선수 인원을 못 채워 해체하기 일쑤다. 저출산 여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측의 운동부 지속 의지 부족이 주요인이다. 정부와 스포츠 관련 협회·단체들의 관심 부족도 학교운동부 위기를 심화시킨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5281개에 달하던 운동부 운영 학교는 지난해 3898개로 줄었다. 12년간 1200개 감소했다. 1년에 100개씩 사라진 셈이다.
운동부 해체의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특히 야구, 축구 등 단체운동은 경기를 뛸 선수를 채우기가 어렵다. 운동부 해체가 주로 인구 감소 지역에서 두드러진 이유다. 학교나 학부모의 관심도 많이 떨어졌다. 학생선수는 2012년 7만1518명에서 지난해 4만4723명으로 37.5%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율 25.5%보다 감소폭이 크다.
구기 종목은 일정 규모 학생선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운동부를 유지할 수 없다. 인구 감소 지역은 한계가 명확하다. 전남 보성군 벌교상업고 남자배구부는 한때 선수가 많아서 '벌떼'라고 불렸지만 전국체전 기준 배구 경기 엔트리 12명을 채우지 못해 2022년 문을 닫았다. 해체 직전 김주영(한국전력)을 비롯해 남은 5명은 전학을 가야 했다. 2010년대 전후로 전남지역 초·중학교 남자배구부는 고흥 녹동초, 순천 대석초, 순천 팔마중를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녹동초도 3년간 선수를 구하지 못해 올해 초 해체됐다.
체계적인 지원 방안은 부족하다. 선수 육성에 역시 책임이 있는 지역체육회나 종목협회 등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설명이다. 충청지역 한 운동부 지도자는 "지역 감독들은 모두 학생이 없어서 버거워한다. 운동 신경 있는 학생 하나를 두고 모든 종목 지도자들이 경쟁하듯 눈독 들인다"며 "현장은 이렇게 힘든데 지원책을 고민하는 분들이 진짜 없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1993년 창단해 수영 국가대표 조현주(25)를 배출한 울산 월봉초 수영부는 학교장의 결정으로 해체를 앞두고 있다.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면서 현재 3·4학년 4명이 졸업하면 수영부는 사라진다. 성적은 좋았다. 지난 20일 울산광역시교육감배 수영대회 여자유년부 배영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메달 5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교내 수영장이 없다 보니 근처 수영장까지 이동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책임 소재가 학교 측에 부담이 됐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안전 문제, 학생 수급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영부 폐지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18년간 월봉초 수영부를 지도한 박모 코치가 애를 써봤지만 무용지물이다. 울산지역 학교운동부 지도자 모임 대표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는 1년에 3번 전국대회를 나갔지만 이제 학교 측에서 1년에 1번만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모교인 경기 포천 동남고 탁구부도 이미 2003년에 없어졌다. 다만 올해 초 유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이후 포천시청을 방문하면서 총동문회 중심으로 재창단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의 의지, 지역사회 지원이 뒷받침되면 운동부는 이어질 수 있다. 충남 예산 오가초는 지난해 전교생이 40명까지 줄면서 배구부를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인근 학교 금오초가 배구부를 창단하고 오가초 선수 2명과 감독을 받아줬다. 장효실 감독이 교체 선수 없이 6명으로 지난해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배구 남자 12세 이하부 경기에서 전국 3위를 거둔 성과를 앞세워 지역사회를 설득했다. 장 감독과 함께 금오초로 전학 온 6학년 김민겸군(12)은 "감독님이랑 같이 와서 든든하다"고 했다. 이제는 동생 김인겸군도 합류해 형제가 한 팀으로 뛴다.
김군은 등번호 1번 금오초 유니폼을 입고 다음 달 1일 하계 땅끝 해남기 전국초등배구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교체 선수 없이 코트를 지켰던 김군은 이제 12명이 속한 팀에서 뛴다. 김군은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배구할 때 수도 맞고 무척 재밌다"고 했다. 연습 경기에서 점수를 내자 "으아!", 공을 내가 받겠다며 "마이!" 구호를 신나게 외쳤다.

예산(충남)=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예산(충남)=이현수 기자 lhs17@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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