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놓는 날까지"···울산 태풍미용봉사단 '특별한 나눔'

강은정 기자 2025. 7. 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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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란 단장, 32년차 미용 경력으로
무상 기술교육·봉사활동 실천 ‘훈훈’
초기 직접 발품 팔며 장소 섭외 애로
수십곳 맺은 인연 정기 나눔 이어가
울산에서 순수 미용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태풍미용봉사단. 태풍미용봉사단 제공

"가위를 놓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울산 중구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태풍미용봉사단 단장 손영란 씨는 미용 가위를 꾹 쥔 손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미용 경력 32년차. 손 씨에게 미용은 생계의 수단이기 이전에 인생 그 자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미용사였어요. 학교 끝나면 가방을 던지고 동네 미용실로 달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라고 밝혔다.

미용인의 꿈을 품은 다섯 살 소녀는 이제 울산에서 수십 명의 제자를 키우고, 요양원을 돌며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봉사단의 대표가 됐다.

그가 이끄는 '태풍미용봉사단'은 단순한 봉사단체가 아니다. 미용기술을 배우고자 하지만 여건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그 교육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기술 나눔과 사회공헌'이 결합된 실천 공동체다.

현재 활동 인원은 약 100명. 이들은 대부분 40~50대 여성으로, 미용자격증은 있지만 실전 기술이 부족해 취업이 어려운 이들이다.

손 단장은 "저에게 와서 기술을 배우고, 현장에서 봉사하면서 실력을 키우죠. 교육비 대신 봉사로 돌려주는 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봉사단원 모집도 생활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통해 이뤄졌다. 배우고 싶고 봉사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있는 분들만 함께하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단체 이름 '태풍'에도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작은 바람이 모이면 태풍이 되잖아요. 봉사도 그래요. 혼자는 작지만, 함께 모이면 지역을 흔드는 큰 힘이 되죠"라고 말했다.
울산 태풍미용봉사단이 한 요양원에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태풍미용봉사단 제공

태풍미용봉사단의 활동 초기 손영란 단장은 봉사할 곳이 없어 구청, 요양원, 복지관 등에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일일이 자리를 찾았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인연을 맺은 수십 곳에서 지금도 정기적으로 봉사를 이어간다. 태풍미용봉사단이 한 달에 나가는 봉사만 해도 8차례에 달한다.

중증 환자의 머리를 손질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봉사단원들은 "중증환자의 머리를 손질하는 건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손길이 되고 있다'는 마음으로 봉사단원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요"라고 입을 모은다.

손영란 단장은 요즘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10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서 누구든 와서 기술을 배우고 봉사할 수 있는 교육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꿈은 아직 멀지만,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함께하는 이들이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봉사의 철학은 단순한 선행을 넘는다.

손영란 단장은 "봉사는 순환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언젠가 도움을 받아야 할 시간이 오거든요. 젊은 분들도 각자 자기 능력에 맞는 봉사에 적극 참여한다면, 사회는 훨씬 더 밝아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