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기획] 대구도심 빈집 공포<2> 사유지라 손못대 우범지대회, 고통받는 주민들과 사회적 비용
일부 학생들 우범지대로 사용되는 곳도 있어
지자체 “사유재산이라 처리 어려워”

"우리집 옆의 빈집 때문에 지네,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계속 나오고, 날이 더워지니 쓰레기 썩은 냄새로 어지러울 지경이야"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대구 동구 신암동 '쪽방촌'. 수년째 방치되어 있는 빈집으로 인해 옆집에 사는 윤창호(62)씨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 씨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바로 '쓰레기 냄새'와 '해충'이었다. 실제로 대구일보 취재진이 쪽방촌에 진입하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윤 씨는 "여기 있는 집들이 모두 구축이어서 냄새와 해충에 취약해서 위생에 더욱 신경쓰는데 빈집으로 인해 원인 모를 발진을 앓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빈집에 가보니 부서진 외벽이 간신히 집 뼈대를 지탱하는 것처럼 보였다. 빈집의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컵라면, 담배 꽁초, 동물 사체, 깨진 유리 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내부에 있던 목제 가구 역시 곰팡이가 가득했다.

일부 주민들은 악취, 해충보다도 치안을 더 걱정했다. 부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준태(40)씨는 "빈집에 노숙자들이 들락거리면서 하룻밤을 지내는 걸 본 주민들이 많다"며 "이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법이 없지 않냐.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 동부경찰서는 신암1동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며 붕괴 및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빈집에 출입금지 경고문 부착, 폐쇄회로(CC)TV 설치 등 범죄예방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대구 북구 칠성동 빈집 밀집 구역을 찾은 본보 취재진은 인근 주민들에게 동구와 비슷한 불만을 들었다. 칠성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29)씨는 "제가 사는 집이 빈집 밀집 구역 인근인데 지나가다 보면 오래동안 빈집을 지탱하는 흙과 나무가 너무 약해보여서 붕괴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구청장 직권으로 빈집을 처분할 수 있으나 아무래도 개인 재산이라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몇 빈집들은 3년에 한번 꼴로 집주인이 찾아와 밀린 공과금 고지서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동구청·북구청 관계자들은 "빈집을 해결하기 위해 주겨환경개선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진행 중"이라며 "빈집의 집주인분들도 주변 환경 정비를 위해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드는데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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