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장이 심의 사주해도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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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간의 늑장 수사 결론은 무혐의였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상식을 저버렸다.
이 사건이 무혐의로 최종 종결된다면 앞으로는 심의위원 마음대로 자신이 민원을 넣고 자신이 심의하는 사건도 문제 삼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경찰의 이번 결정을 두고 "심의 농단을 방조한 수사 농단"(민주언론시민연합)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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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512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18개월간의 늑장 수사 결론은 무혐의였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상식을 저버렸다. 양천경찰서는 강제수사 없이 참고인 진술과 임의제출 증거만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이 무혐의로 최종 종결된다면 앞으로는 심의위원 마음대로 자신이 민원을 넣고 자신이 심의하는 사건도 문제 삼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경찰의 이번 결정을 두고 “심의 농단을 방조한 수사 농단”(민주언론시민연합)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민원 사주가 아니다. 2023년 9월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를 심의해달라'며 오타까지 같은 민원 127건이 무더기로 제출된 시점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를 두고 여당 대표가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 막말하고 방통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운운하고 검찰이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던 때였다. 당시 여론몰이를 위해 대규모의 민원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 사건은 단순한 이해충돌이 아니라 언론탄압 관점에서 무겁게 봐야 한다.
더욱이 류희림 위원장 동생의 민원 신청 사실을 위원장에게 보고한 적 없다던 담당 직원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양심고백에 나서기도 했다. 방송을 심의하는 사람이 자신의 지인과 가족을 동원해 특정 방송의 심의 민원을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심의를 믿을 수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국민 눈에는 경찰서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특정 사건을 신고한 것과 같은 일이다. 만약 검찰까지 무혐의 판단한다면 안 그래도 언론탄압 수단이 되었다는 심의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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