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광주예술의전당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유럽 고전 명작 빛고을 사로잡다
결혼 방해하는 백작 향한 복수극
예매 오픈 10분만에 전석 매진
소품 등 소극장 매력 살린 연출
배우들 절절한 아리아 박수 갈채

(그 달콤하고 기쁨 가득했던 행복했던 날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 거짓된 입술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맹세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백작부인의 절절한 아리아가 소극장 가득 울려 퍼진다. 해가 진 정원, 작은 가로등 불빛 아래 선 그녀의 얼굴에는 남편에게 배신당했다는 비통함이 어른거린다. 그녀의 아리아 ‘그 행복했던 날들은 어디에’가 끝나자 숨죽이고 있던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나온다. 브라보!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이다. 1786년 초연 당시 귀족 사회를 향한 풍자와 유쾌한 조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수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으면서 압사 사고까지 발생했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관객들은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앙코르를 요청해 공연 시간이 배로 늘어났고, 이에 분노한 황제는 ‘앙코르 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이 사건은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를 금지하는 관행의 기원이 되었다는 일화로 전해진다.
18세기 유럽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 고전 명작이 지난 25~26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광주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최철)은 원작의 본질을 충실히 반영하되, 현대적 감각의 연출과 해석을 더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극의 줄거리는 결혼을 앞둔 하인 피가로와 약혼녀 수잔나, 그리고 이들을 방해하려는 알마비바 백작의 음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추근덕거리던 백작은 심지여 수잔나에게 초야권을 행사하려고까지 한다. 이에 맞서 피가로와 수잔나, 그리고 배신당한 백작 부인이 힘을 합쳐 통쾌한 복수를 펼친다. 이 과정에서 피가로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등 하루동안 펼쳐지는 소동들이 유머와 풍자 속에 빠르게 전개된다. 엉뚱한 거짓말과 연쇄적인 오해는 단순한 막장 통속극을 넘어 귀족과 평민 사이의 계급적 갈등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모차르트의 음악은 인물 각각의 성격과 감정을 정교하게 빚어내며 극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이번 공연은 출연진 구성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피가로’ 역에는 바리톤 구성범과 박성훈, 총명한 하녀 ‘수잔나’ 역에는 소프라노 이동민과 장지애가 더블 캐스팅됐다. 알마비바 백작과 백작부인 역은 각각 바리톤 김지욱·김광현, 소프라노 박수연이 맡아 무대를 채웠다.
특히 26일 공연에 출연한 바리톤 구성범과 소프라노 이동민은 최근 주목받는 신예로, 30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이번 무대에 발탁됐다. 이동민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독일 쾰른 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최우수로 마쳤으며, 쾰른 오페라극장에서 ‘나이팅게일’ 주역으로 데뷔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구성범은 현재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재학 중으로, 하반기부터는 팔츠(Pfalz)극장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활동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바람에 실어(Sull’aria)’와 ‘눈을 크게 뜨시오(Aprite un po’ quegli occhi)’ 등 대표 아리아를 안정된 기량으로 소화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만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면에서는 전달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번 공연은 예매 오픈 10여 분 만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와 유쾌한 줄거리 덕분에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공연을 관람한 김나연(33)씨는 “처음 본 오페라였는데 노래는 이탈리아어였지만 대사가 한국어로 진행돼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다”며 “무등산 호랑이, 사투리 같은 요소들이 등장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벌써 다음 오페라가 뭔지 찾아보고 있다”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