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희토류 시대, 인도의 생산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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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술 산업은 보이지 않는 금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기차·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에는 공통으로 희토류가 쓰인다.
인도는 정제 기술력과 가공 역량에서 한계가 뚜렷하며, 응용 분야의 산업화 수준도 높지 않다.
지금 인도의 희토류 산업이 시험대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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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술 산업은 보이지 않는 금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기차·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에는 공통으로 희토류가 쓰인다.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특히 특정 국가가 전략적으로 통제하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대체 공급망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 중 하나로 부상한 나라가 인도다.
인도는 세계 5위권의 희토류 매장국이다. 오디샤·케랄라 등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자원이 분포돼 있다. 국영기업 IREL이 탐사 및 채굴을 독점하고 있으나, 2023년부터 민간 기업의 탐사·정제 참여 확대를 위한 입법 및 규제 정비에 착수했다. 국영 독점 체제의 단계적 완화 조짐도 뚜렷하다. 정부는 희토류를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수출 일부를 제한하면서 적극적인 자원 안보 프레임으로 접근 중이다.
그러나 자원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공급망이 완성되진 않는다. 희토류 산업의 핵심은 정제와 분리다. 원광에 섞여 있는 원소를 고순도로 분리하려면 고도의 기술과 공정, 방사성 부산물 처리 인프라가 필요하다.
인도는 정제 기술력과 가공 역량에서 한계가 뚜렷하며, 응용 분야의 산업화 수준도 높지 않다. 국영 중심의 폐쇄적 구조가 기술 도입이나 민간 혁신을 제약하고, 응용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기반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자원만으로 공급국이 될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인도 경제는 수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연 6%대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질적 기반은 불안정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총요소생산성(TF)은 자본과 노동 투입 외에 기술력, 제도 효율성, 인적 역량 등을 포함하는 생산성 개념이다. 인도의 TFP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정체 상태이며, 수년간 연평균 1% 내외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금 인도의 희토류 산업이 시험대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희토류 산업은 인도가 이 구조적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산업이다. 단순한 자원 수출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연결이 이뤄져야 한다.
인도 정부는 정제·응용 단계에서 민간 및 해외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추진 중이다. 미국·일본·EU(유럽연합) 등은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한 파트너로 인도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인도 내에서도 전기차, 방위산업, 반도체 등의 수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회 요인이지만, 과제도 명확하다.
정제 인프라 부족, 기술 역량 격차, 환경 규제 미비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의 가격 전략에 취약한 시장 구조는 인도의 공급망 거점화를 가로막는다. 인프라와 기술은 투자가 따라붙으면 개선되지만, TFP를 높이기 위한 제도·조직 시스템 강화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희토류는 인도에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가 단순한 자원 수출에 머문다면, 인도는 또 한 번 ‘낮은 생산성의 고성장’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률보다 생산성에 대한 고민이 전면에 놓여야 한다. 생산성을 중심에 둔 산업 전략, 기술 내재화와 제도 혁신이 결합된 공급망 구조, 그리고 단기적 성장률이 아니라 장기적 역량을 설계하는 국가적 시선이 필요하다. 희토류는 그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한종원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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