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이들 배고파 보여”…가자 ‘기아’ 첫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아 상황을 인정하고 구호품을 나누어 줄 식량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기자회견 때 “정말 (주민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라며 “그건 가짜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 가디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전날인 2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 기아는 없다”고 말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엑스(X)에 게시했다. 네타냐후 총리 의견에 동의하냐고 묻는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 텔레비전을 보면 딱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매우 배고파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와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 서로를 칭찬하기만 했을 뿐 가자지구 식량 위기 상황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자 주민에게 식량 등 구호품을 제공하기 위한 ‘식량 센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식량 센터를 설립할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자금을 지원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동참할 것”이라며 “음식은 다 있는데,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 사람들이 가는 길을 막는 장벽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가자 주민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배급하는 과정에 혼란이 생긴 이유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그동안 비난해왔으나, 이번에는 이스라엘에도 “큰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스라엘과 비비(네타냐후 총리 애칭)에게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도 28일 성명을 내어 하마스 비난을 하면서도 “국제기구, 미국,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가자지구로 막대한 양의 인도적 지원이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7일 트럭 120대 분량의 구호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 시작했던 하마스와의 휴전이 끝난 이후인 지난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 가자지구의 식량난이 심화됐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기아 위기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커지자 지난 5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구호품을 제한적으로 배급했다. 그러나, 가자인도주의재단은 구호품 전달 경험이 없는 신생 단체이고 구호품 배급소도 4곳으로 제한해 많은 가자 주민들이 여전히 굶주렸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력에 가자인도주의재단을 통한 구호품 전달 체제를 바꾸기로 했지만 가자의 기아 상황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톰 플레처 유엔 원조 책임자는 비비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주말에 가자 지구에 물자를 공급하고 군사 작전을 하루 10시간씩 중단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이 조치는 “(필요한 요구 사항과 비교할 때) 바닷물 중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이 정말 중요하다. 막대한 양의 지원이 훨씬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날만 14명이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영양실조로 사망한 가자 주민은 총 147명으로 이중 88명이 어린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이 악화하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거래’를 기반으로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전략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에서의 기아 사태는 기존 전략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인도적 재앙이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여전히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을 할 차례”라고 꼬집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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