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년 50%씩 매출 증가, 임상시험서 현지화 전략 찾아”

허지윤 기자 2025. 7. 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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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암 제약사 비원메디슨 존 오일러 회장
“항암제에 집중해 글로벌 상업화 성공
각국서 동시다발 R&D, 신약 속도 높여”
존 오일러(John V. Oyler) 비원메디슨(BeOne Medicines) 회장(Chairman & CEO)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암과의 싸움은 국경이 없는 글로벌 과제"라며 "비원메디슨은 전 세계 유능한 인재와 함께 암 치료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일본, 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비원메디슨코리아

“암과의 싸움은 국경이 없는 글로벌 과제입니다. 비원메디슨(BeOne Medicines)의 성공 전략은 글로벌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역량을 강화해 온 데 있습니다.”

존 오일러(John V. Oyler) 비원메디슨 회장은 지난 18일 조선비즈와 만나 “비원메디슨은 전 세계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암 치료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원메디슨은 현재 45국에 진출한 글로벌 항암제 전문 제약사이다. 오일러 회장은 2010년에 항암 신약 개발사인 베이진(BeiGene)을 설립했다. 처음에 중국 베이징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사무실을 뒀다. 베이진은 201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지난 5월 사명을 비원메디슨으로 바꿨다.

이 회사의 주력 약품은 혈액암 치료제 브루킨사(Brukinsa)와 면역 항암제 테빔브라(Tevimbra)다. 각각 2019년과 2024년 각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고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38억달러(약 5조2535억원)였다. 회사는 2022년부터 연간 50% 이상 매출 증가율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규모는 327억달러(약 45조원) 규모다.

오일러 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을 졸업한 생화학자 왕 샤오동(Xiaodong Wang) 박사와 함께 2010년 회사를 창업했다. 공동 창업자인 왕 박사는 현재 회사의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오일러 회장은 “우리는 암과의 싸움이라는 공동 목표가 있었다“며 ”더 많은 환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비전 하에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비원메디슨이 설립될 당시 세계 곳곳에서 항암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 회사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직접 임상 3상 시험까지 수행하고 FDA 신약 허가와 상업적 성과를 거둔 회사는 극히 드물다.

두 사람은 초기부터 미국과 중국에 동시 진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작은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들은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에서 큰 회사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외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임상시험을 맡겼지만,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오일러 회장은 “임상시험이 미국과 유럽 일부 병원에만 집중돼 있고 외부 CRO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봤다”면서 “회사 설립 초기에 두 개의 기술을 이전해 초기 자본을 확보해 모두 내부 임상시험 역량 강화에 재투자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설립 초기에 비임상 연구는 중국에서, 임상시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했다. 이후 호주를 시작으로 한국, 유럽 등으로 임상시험을 확대했다. 경영진이 각국에서 팀을 조직하고 현지 병원과 협력해 직접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오일러 회장은 이를 ‘분산형 글로벌 운영’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원메디슨의 임상시험 전담 인력은 약 3700명으로, 6개 대륙에 모두 진출했다. 임상 1상부터 3상 시험까지 기획부터 운영까지 95% 이상을 내부 조직이 직접 수행한다. 한국에도 70여 명이 항암제의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비원메디슨은 직접 임상시험을 하면서 국가마다 다른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일러 회장은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처럼 병원이 부족하거나 콜드체인(Cold chain·저온 유통)이 취약한 곳에서는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 형태로 제형을 바꿔야 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국의 상황을 직접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원메디슨의 주력 항암제인 브루킨사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소포림프종 치료제로, 먹는 항암제다. 현재 전 세계 70여 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테빔브라는 식도암, 위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 항암제다. 회사에 따르면 브루킨사와 테빔브라로 치료 받은 세계 환자 수는 약 170만명에 달한다.

회사는 두 항암제의 뒤를 이를 항암제 후보물질 25개를 발굴해 신약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오일러 회장은 “현재 혈액암 분야에서 두 개의 약물이 후기 개발 단계에 진입해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여 개의 고형암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한국과 일본, 중국 지사를 차례대로 방문하는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 오일러 회장은 “특히 한국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 덕분에 주요 연구 지역으로 자리 잡았으며, 초기 단계 연구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수행되고 있다”며 “향후 신약이 상용화될 경우 한국의 의료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당 치료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원메디슨의 전신인 베이진은 그간 중국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공동 창업자가 중국계 미국인이고 사명도 중국 수도 베이징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진은 중국에서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회사가 올해 비원메디슨으로 사명을 바꾼 것을 두고 시장에선 미·중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회사는 이런 시각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베이진은 처음부터 베이징과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동시에 두는 등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분산 운영해왔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일러 회장은 “사명을 바꾼 것은 환자와 의료진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암 분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오일러 회장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아 항암제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많은 제약사가 당뇨병·비만 등 고수익 치료 영역으로 사업을 옮기고 있다. 비원메디슨은 이런 변화와 상관없이 항암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에서 항암을 의미하는 ‘온콜로지(Oncology)’를 강조해 주식시장 식별 코드도 ‘ONC’로 바꿨다고 했다.

비원메디슨 회사 로고. 항암을 의미하는 ‘Oncology’를 강조하기 위해 붉은 글씨로 Onc를 포함시켰다고 회사는 설명했다./비원메디슨

비원메디슨의 법인 주소는 스위스 바젤이지만, 특정 국가에 본사를 두지 않고 여러 거점에서 운영하는 분산형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 1만 1000여명이 전 세계 6대륙, 45국에서 일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 시설은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고, 일부 원료의약품은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다.

오일러 회장은 “비원메디슨은 경영진이 필요에 따라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중국, 스위스 등에서 직접 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며 “임직원은 화상회의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는 ‘내가 오늘 있는 곳’이고, 지리적 제한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게 비원메디슨의 철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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