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MBK의 '롯데카드 사용법(?)'

홈플러스는 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을 받는데, 결제는 몇몇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카드로 정산합니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경우 2022년 2월 24일에 '법인구매전용카드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카드대금 결제일까지 자금 여유가 생깁니다. 납품업체에 먼저 대금을 내준 카드사들도 손 놓고 있지 않습니다. 홈플러스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근거로 특수목적법인(SPC)과 계약을 맺어 이 권리를 바탕으로 한 채권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SPC와 증권사들이 이 채권을 시중에 판매하는데 이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ABSTB라고 부릅니다. '받을 돈'이라는 권리를 그냥 두지 않고 또 다른 계약과 채권으로 쉼 없이 시장에 유통시킵니다.

지난 롯데카드 압수수색은 이 채권에 투자했던 피해자들의 고소 고발에 뒤이어 진행됐습니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서 채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미상환된 금액은 2024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행된 ABSTB와 기업어음(CP) 등을 포함해 5,29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투자자 중에는 일부 '큰손'과 언론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고발장 내용에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동원했다는 문제 제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던 홈플러스를 지원하려고 롯데카드를 통해 유동성을 늘려주면서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겁니다. 피해자들을 대리해 고발장을 낸 김기동 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는 "MBK가 홈플러스의 해당 채권을 만기일에 결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통시킨 건 사기죄로 볼 수 있다"면서 "신용카드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 위험을 사실상 외주한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시기는 2015년입니다. 기업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했을 때 그간 업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의 '매각 타이밍'을 놓치고 '엑시트'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해왔습니다. 당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방식은 막대한 차입금을 이용하는 LBO(Leveraged Buyout)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같은 '차입 매수'는 인수 당시 자금 조달이 수월한 반면 이자 비용을 인수된 기업에 떠넘겨 부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홈플러스는 그간 좋은 입지의 점포들을 매각하며 버텼지만 대형마트의 성장이 둔화되고 비용 부담이 늘어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홈플러스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2022년 7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는 법인구매전용카드 약정서의 일부 내용을 바꿉니다. 기존에는 법인회원(홈플러스)의 유효신용점수 기준이 '사채등급 BBB+ / 단기등급 A3+'였는데 이걸 낮춰 '사채등급 BBB / 단기등급 A3'로 변경해줍니다. 카드 사용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향후 신용점수가 더 떨어지더라도 카드사와 계속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뒤 홈플러스가 롯데카드를 통해 이용한 금액은 2023년 1천2백억 원대에서 2024년 7천9백억 원대로 급증했습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측은 "계약 수정 합의서는 신용 등급 조정에 대비하려는 경영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같은 해 7월 롯데카드뿐 아니라 현대카드도 같은 내용으로 신용 등급을 수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대표적인 기업에 2013년 '네파'와 2007년 '딜라이브'(현 씨앤엠)가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경우와 유사하게 네파와 딜라이브도 MBK의 차입 자금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업체 역시 롯데카드와 기업구매전용카드로 이용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네파의 경우 2022년 300억 원 수준이던 카드 이용 금액이 2024년 1,118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딜라이브의 경우도 2023년 말 116억 원에서 2024년 말 477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MBK가 롯데카드를 이용해 네파와 딜라이브에 카드 이용액을 늘려줘서 유동성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MBK 측은 "롯데카드의 관련 계약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합니다. 모든 카드사들이 매출을 늘릴 목적으로 자발적인 계약을 진행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사들인 업체들과 롯데카드의 거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일 [인싸M]에서는 〈'M&A' 회생 시도, 홈플러스 인수자 나올까?〉가 이어집니다.
《뉴스인사이트팀 박충희 논설위원》
박충희 기자(pia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40416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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