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시대, 알레르기 관리로 행복한 동행을
털보다는 각질·침 등의 단백질 성분 탓
가려움·콧물·재채기·호흡곤란 등 증상
반려동물 정기적 목욕·빗질로 털 제거
배설물 바로 치우고 천 소파 자주 청소
중증 반응·치료효과 없으면 양육 재고

우리나라에서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4가구 중 1가구를 넘어섰다.
KB금융그룹에서 지난달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의 2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수로 보면 1천546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점차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의 의미를 넘어 소중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천식, 비염을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온라인 상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 보낼 때 신혼부부에게는 보내면 안된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질 만큼, 아이가 태어나면 알레르기에 대한 걱정으로 파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에 대한 알레르기는 보통 '털 알레르기'라고 불리는데, 사실 반려동물의 털 자체보다는 털에 묻어 있는 각질, 침, 비듬, 소변 등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려움증, 콧물, 재채기, 기침,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반려동물 근처에 가거나 만진 후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에서 혈액검사나 피부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항원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보다는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들의 면역 체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에 따른 것으로, 실제 반려견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은 다양한 외부 미생물을 실내로 들여와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풍부하게 하고, 이는 면역 조절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유아기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동기 천식 발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으며, 유전적 요인, 기존 알레르기 질환의 유무, 반려동물의 종류나 환경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 양육이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단정하기보다는, 가정의 건강 이력과 환경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강희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나 가족 중에 알레르기 천식 병력이 있는 경우, 강한 유전적 요인으로 오히려 아이들의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며 "이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진단받은 아이의 경우, 반려동물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정기적으로 목욕시키고, 빗질을 통해 털과 비듬을 제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배설물은 바로 치워 청결함을 유지하고, 카펫이나 천 소파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알레르겐)이 쌓이기 쉬우므로 피하거나 자주 청소하는 등의 환경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알레르기 항원을 사전에 파악하고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레르기 증상이 경미하고, 환경 관리 및 약물치료를 통해 잘 관리된다면 충분히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반려동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면역 세포가 알레르겐을 기억하고 과민 반응을 준비하는 '감작(sensitization)' 반응이 심화돼 증상이 악화되거나 비염,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교수는 "만약 가족 구성원이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천식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는 등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이 최우선이므로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꾸준한 환경 관리 등을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동행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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