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대25000 → 1대5000 지도 韓에 요구… 허용땐 데이터 주권 논란[10문10답]

박준희 기자 2025. 7. 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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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한·미 관세협상 카드된 ‘고정밀지도’
50m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
韓정부, 25년간 1兆 투입 완성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서비스
韓 고정밀지도 확보 못한 구글
2007년부터 세차례 반출 신청
정부는 ‘안보’ 이유로 거부해와
구글 서비스땐 보안 시설 노출
일각선 “이미 공개돼있어 기우”
국내 기업과 경쟁 치열해질 듯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을 활용한 ‘손안의 지도’는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길찾기 등의 기능은 자동차 내비게이션보다 더 자주 활용하는 서비스인 데다 낯선 지역을 방문할 때 ‘맛집 찾기’에도 유용하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지도 서비스의 절대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글지도’는 국내에서 제한적 서비스만 제공한다. ‘1 대 5000’ 축척도의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구글이 이 같은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의 문을 세 번이나 두드리는 사이 이는 어느새 한·미 관세 협상 카드에까지 올랐다.

1.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지도란

구글이 한국 정부에 반출을 요청하고 있는 고정밀지도란 ‘1 대 5000’ 축척 이상의 지도 데이터를 말한다. 50m 거리를 지도상 1㎝ 수준으로 표현한 지도로 골목, 건물까지 세세히 표현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하면 정밀한 길 찾기가 가능해진다. 현행 구글지도에서 나타나는 한국 지도의 축척은 ‘1 대 25000’으로, 고정밀지도는 이보다 5배 정밀한 데이터다. 한국 정부는 1966년부터 지도 구축을 시작해 1991년부터 약 25년간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고정밀지도를 완성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은 해당 데이터를 국내 서버에서 사용하고 있다.

2. 미국 빅테크는 왜 제공을 요청하나

구글은 ‘구글지도’라는 지도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확보한 다른 국가에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점유율을 80% 수준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도데이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관광 서비스 제공 등에 한계가 있어 국내 지도 서비스 기업에 비해 서비스 품질 저하를 겪고 있다. 한국 사업자 대비 구글지도의 점유율도 글로벌 점유율에 비해 낮은 편이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구글 맵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반출 요구 및 거부의 역사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해왔다. 2016년 신청 당시 정부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안보시설을 비공개 처리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구글은 데이터센터 설치를 거부했다. 안보시설은 희미하게 처리하는 ‘블러’(가림)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위해 기밀시설 위치 좌표를 줄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구글의 이전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 2월 구글은 세 번째로 고정밀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다만 이번에는 안보시설 블러 처리 조건을 따르고, 정보 보안 관련 책임자를 지정하고 관련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 또한 지난 6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반출을 신청했다.

4. 반출 관련 논의 어디까지 왔나

정부가 구글에 반출 여부 결정을 통보해야 하는 1차 기한은 지난 5월 중순까지였지만, 정부는 이를 한 차례 연장해 2차 기한 내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8월 11일 전까지 반출 여부 심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도 정보는 안보와도 직결되는 내용이니만큼 해외 반출 여부 결정은 단일 부처에서 처리하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다. 국토부를 비롯해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에서 심사해 결정된다. 협의체는 통보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회의를 열어 반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5. 통상문제로 번진 정밀지도 제공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일을 앞두고 전방위적 통상 압박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대해서는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도 공개적으로 비관세 요인 문제 중 하나로 지목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미 각료급 협의와 3차 실무 기술협의에서 미국 측은 고정밀지도 반출을 한국 측에 요구할 관세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쌀, 소고기 등보다는 여론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이유에서 정부 안팎에선 이미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시절 이 문제를 관세 협상 카드 상단에 올려놓고 전향적 검토를 마쳤다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만 협상 안건과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다 새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6. 데이터 주권 문제도 연계

미국의 고정밀지도 요구를 두고 데이터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주권은 데이터는 해당 데이터가 발생한 국가 또는 지역의 법률과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특히 한국은 과거 25년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1 대 5000 축척의 고정밀지도를 구축한 만큼 이를 더욱 철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정부가 이번에 구글 등의 요청을 수용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이는 첫 사례가 되고 유사한 요청이 다른 해외 기업들로부터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나 이들 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지 않고 해외 서버에 저장하면 데이터 관리에 대해 한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이 경우 민감한 외부로의 정보 유출 등 유사 사태에 대해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결국 ‘데이터 주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까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은 군 시설 등 보안 구역에 대해 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를 한 뒤 사용자에게 로드뷰 등을 제공한다.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 입장으로 애플의 경우 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와 관련한 국내 정부의 요구 사항을 국내 여건에 맞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고정밀지도에 대해 블러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내 주요 보안시설의 위치가 구글지도에 고스란히 노출될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국내 안보 부처 등 일각에서는 구글에 대한 고정밀지도 반출은 국가 중요 시설의 좌표가 표출돼 외부로부터의 정밀 타격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안보 리스크 경고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국가 보안 시설의 위치 등이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8. 정밀지도 반출 시 경제적 장점

반출을 요청한 구글은 한국의 고정밀지도 제공을 통해 우선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고 한국의 관광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포털사이트인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지도는 79개 언어를 지원하는 만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교통수단,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데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지도앱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는 영어를 비롯한 일부 외국어만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단순히 길 안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등 최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구글은 고정밀지도를 통해 이 같은 첨단 기술 개발이 보다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구글지도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관련 분야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9. 고정밀지도 반출 시 경제적 단점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구글지도가 한국의 고정밀지도로 무장을 강화하면 국내 지도앱 서비스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구글은 이미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을 과소 상계해 세금을 줄이고 있다. 국내 지도서비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글의 행태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세금 등에 있어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해외 데이터센터만을 활용하려는 구글 측의 전략이 같은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놓고 서로 공정한 경쟁을 벌여 업체별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노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0. 고정밀지도 반출 타국 사례는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일본 내 최대 공간정보 분야 스타트업 젠린(ZENRIN)과 협업해 데이터 원천을 일본에 두라는 조건을 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강화해 구글이 위치 정보를 반출할 때마다 승인을 받도록 해 EU 내 관련 기업 보호를 병행했다. 호주는 비교적 전면적으로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했으나 그로 인해 자국 내 지도 플랫폼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반면 한국과 같이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국가들로 한국과 같이 1 대 5000에 준하는 고정밀지도의 반출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중국에서도 지도앱을 사용하려면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고덕 지도’나 ‘바이두 지도’를 써야 한다.

박준희·신병남·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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