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의 평화문화, 그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현치훈 2025. 7. 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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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의 전통 설화에 기반한 문화 요소와 현대 아이돌의 서사를 결합한 이 작품은, 한국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세계인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보편적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낸 치유의 메시지는 이상 기후와 글로벌 불안정 속 근심하는 우리 국민에게 위안과 자부심을 선사하는 소식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나라가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이다. 그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닌, 문화의 깊이와 품격이야말로 민족의 진정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이 된다. 전 세계 인구 약 82억 명 중 1%에 불과한 작은 나라 한국이 문화의 힘으로 그 어떤 강대국 못지않은 영향력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문화(文化, culture)'라는 단어가 '경작하다, 돌보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듯, 우리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오늘날 세계인의 감성과 삶을 키우고 가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의 1%인 제주의 문화 가치 또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과거의 제주가 청정 자연과 관광 휴양지로 주목받았다면, 오늘날에는 제주의 정서와 공동체 모습이 폭넓게 소개되며 국내외에서 사랑받느다. '우리들의 블루스', '폭삭 속았수다'와 같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예능 등 제주의 문화가 담긴 잔잔한 풍경과 인물들의 삶은 '고향', '휴식', '치유', '청정'과 같은 감성 키워드로 전 세계 시청자와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공감은 단순한 배경의 아름다움이나 관광적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제주의 문화는 평화를 사랑하며 살아온 제주인들의 삶의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탐라국 시절부터 해상 교류의 중심지였던 제주는 외세의 침입과 국가폭력의 희생 속에서도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특히 제주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이끌어 낸 도민들의 정신은 평화문화의 상징이자 깊이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제주의 문화는 우리 시대가 본받아야 할 '평화로운 삶의 방식, 평화문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제주가 지닌 평화의 정신과 문화적 깊이는 단지 지역적 자산을 넘어, 오늘날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세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자산이다.
 
따라서, 제주의 평화 문화가 일회성 유행이나 단순한 소비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문화는 향유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상호 이해를 촉진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동력이 된다. 또한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공동체가 함께 해답을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어울림의 장을 만들어 낸다.  
현치훈 제주국제평화센터 팀장.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맞은 올해는, 제주의 평화 문화를 다시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제주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평화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확장할 것인지, 어떤 이야기와 실천으로 세계와 나눌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시기이다.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문화적 정체성과 평화의 비전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공론의 장도 함께 열어야 한다. 제주를 사랑하는 모두가 함께 제주를 '더 높은 문화의 힘'을 지닌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들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