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잠자리가 사는 곳으로 가자

최미화 기자 2025. 7.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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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한 마리가 보도에 날아들었다.

"어! 잠자리다." 아이들의 소리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잠자리를 쫓아가고, 어른들도 꿈꾸는듯한 표정으로 잠자리의 궤적을 좇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괴어 한국적 정서로 익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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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청 호(대구문학관장)
하 청 호(대구문학관장)

잠자리 한 마리가 보도에 날아들었다. "어! 잠자리다." 아이들의 소리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나도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 보았다. 노랑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것을 보니 밀잠자리 암컷이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잠자리를 쫓아가고, 어른들도 꿈꾸는듯한 표정으로 잠자리의 궤적을 좇아가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심에서 좀 떨어진 외곽 동네지만 잠자리를 보는 것은 오래만의 일이었다. 잠자리 한 마리가 무슨 일이 난 것처럼 한동안 그 주위의 분위기를 일렁이게 했다. 여름이면 잠자리는 쉬이 볼 수 있는 곤충이다. 한때는 여름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이 있었다. 아이들은 잠자리, 나비 등을 잡기 위해 포충망을 들고 논과 들판을 헤매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여름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도시화 된 삶은 자연과 가까이 접할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 아이들 역시 방학이라 하지만 각종 학원 수강으로 쉴 틈이 없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이번 여름휴가에는 잠시 생각을 바꾸어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서 추억 쌓기를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부모가 미처 생각지도 않게 그들은 금방 자라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된다. 칠레의 노벨상(문학) 수상자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여사는 '아이들에게 내일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이다.'라고 했다.
사람에게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바람직한 심성을 갖는 것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메마르지 않은 정서는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윤택하게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섭리와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여름휴가 때는 시골을 찾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자연을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골짜기마다 자유롭게 흐르는 물에서 결코 앞질러 가지 않는 질서와, 낮게 흐르는 속성에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 수만 년을 한 곳에 버티고 서있는 커다란 산 바위 앞에서 변함없는 마음과 의젓함을 느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발밑에서 스물 대는 작은 벌레의 유충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에 놀랄 것이며, 지천으로 피는 들꽃에서 청초한 아름다움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뿌리 의식을 아이들이 고향의 산과 들에서 그 연원(淵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초록 크레파스로 문질러놓은 듯한 들녘에서 농부의 수고로움과 노동의 신성함을 체감하는 것은 얼마나 값진 공부인가. 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과 관습, 거기에 젖줄을 대고 살아가고 있는 살가운 이웃들, 그곳은 조상이 빚어놓은 외경(畏敬)스러운 삶터인 것이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온 조상의 삶을 기억할 것이며, 그들이 지금까지 면면히 살아온 삶 자체가 귀중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낮이면 푸른 하늘에 잠자리가 날고, 밤은 또 어떤가. 개똥벌레의 어지러운 몸짓과 무쇠솥에서 익어 가는 감자 냄새, 밤하늘에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별자리. 그 속에 담긴 아름답고 슬픈 전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괴어 한국적 정서로 익어갈 것이다.
먼 훗날 오늘날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의 입에서 '꿈같이 지낸 여름날이었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하 청 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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