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명맥 끊긴 하향주를 빚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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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주(荷香酒) 공식홈페이지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2022년 7월 재정난으로 양조장 문을 닫으면서 1100년을 이어온 하향주의 명맥은 끊겼지만 흔적은 공식홈페이지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다시 지으면서 인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빚은 술이 하향주였다.
비슬산의 하향주는 약재를 넣어 만든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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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의 맑은 물, 전통 누룩, 최상급 유가찹쌀로 만들어진 하향주는 옅은 신맛으로 시작해 적당한 단맛, 감칠맛과 구수함으로 끝나는 복합적인 맛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향주(荷香酒) 공식홈페이지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한때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던 하향주. 2022년 7월 재정난으로 양조장 문을 닫으면서 1100년을 이어온 하향주의 명맥은 끊겼지만 흔적은 공식홈페이지에 여전히 남아있다.
밀양박씨 집안에 전해 내려오면서 그만큼 역사가 오래 된 하향주는 연꽃향(荷香)이 난다고 해서 하향주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하향주의 유래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성덕왕(聖德王) 때 병란으로 비슬산의 도성암이 불에 타버렸다. 이를 다시 지으면서 인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빚은 술이 하향주였다. 조선 광해군 때는 비슬산 일대에 주둔했던 군대의 대장이 광해군(光海君)에게 하향주를 진상하였고 이를 맛본 광해군이 명주라고 칭찬하면서 조정에 정기적으로 진상하게 되었다고 한다(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하향주 빚는 법은 『고사촬요』, 『산림경제』, 『주찬방』, 『음식디미방』, 『양주방』 등 여러 문헌에 실려 있다. 제조법은 거의 비슷하다.
'먼저 백미 한 되를 가루로 낸 다음 구멍떡을 만들고 삶아서 익힌다. 식으면 누룩가루 다섯 홉~한 되를 섞어 밑술을 빚는다. 3일 뒤에 덧술을 하는데 찹쌀 한 말을 푹 익게 쪄서 식힌 다음 밑술과 섞어서 독에 넣는다'
문헌마다 '날물을 금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주의사항과 세이레(21일)면 술이 익는다는 내용도 문헌마다 실려 있다. 맛은 기특하다고 했다.
대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던 하향주 제조법은 조금 다르다. 고두밥을 찔 때 사용하는 시루 밑물에 비슬산 일대에 자생하는 국화의 한 종류인 감국(甘菊)과 약쑥, 인동초를 넣고 고두밥을 쪄낸다. 비슬산의 하향주는 약재를 넣어 만든 술이었다.
누룩도 직접 제조해서 사용했다. '하향주는 삼복에 빚은 누룩이 제일 좋다는 구전에 따라 직접 누룩을 제조하고 양조의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하향주 공식홈페이지 소개글이다. 실제로 박환희 하향주가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만났을 때도 누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누룩을 만드는 계절에 따라서도 술맛이 변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누룩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하향주는 2021년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1차 펀딩은 3천% 초과달성하는 성공이었다. 두 번째 펀딩을 진행했는데 누룩이 없었다. 누룩은 1년 전부터 준비를 해둬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것. 할 수 없이 남의 누룩을 사용했지만 원하는 알코올 도수가 나오지 않았다. 술은 실패했고 펀딩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광역시의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던 하향주는 알코올 도수가 17~20% 정도였다. 이걸 그대로 병에 담아 판매했다. 술에 물을 섞지 않고 원주 그대로 병에 담아서다. 숙취가 적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얻었다.
이 하향주를 지금은 맛볼 수 없다. 2022년 하향주 양조장이 매각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 기능보유자 자격도 반납했다.
하나의 전통주가 사라진다는 것은 오랜 역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하향주는 신라시대 때부터 비슬산 일대에서 빚어왔고 밀양박씨 종가에서 전승되어왔던 술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하향주는 빚고 있지만 제조법이 다르다. 달성군 유가 일대에서 생산되는 찹쌀과 비슬산 일대에 자생하는 약재, 비슬산의 맑은 물로 빚은 술이 하향주였다.
지금까지 기록으로 전해오는 한국의 전통주는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하향주 역시 마찬가지다. 술의 명맥이 끊기는 것은 이 지역에 깃든 역사도 잊혀진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느긋하게 하향주를 빚어봐야겠다. 하향주가영농조합법인의 양조장 문을 닫은지 3년. 어쩌면 잊혀져버릴 하향주의 명맥을 이어갔으면 싶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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