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특집] 20년 뒤, 여성의 삶은 'Free' 해질까?

김지은 기자 2025. 7. 2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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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IT업계에서 활약 중인 외삼촌의 첫 조카인 기자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조카 바보'인 외삼촌 덕에 신문물을 빠르게 접했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CD플레이어, 폴더 휴대폰, 터치 휴대폰을 친구들보다 먼저 경험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반면, 새로운 기계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기자를 충격에 빠뜨린 건 애플의 등장이었다. 친구들이 아이팟을 들고 다닐 때도 아이리버로 충분한 나였는데 버튼 대신 화면을 누를 수 있는 아이폰은 갖고 싶었다. 또 한 번 충격에 빠진 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전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이 세기의 바둑을 뒀을 때. 알파고에게 패한 이세돌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을 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이제 우리는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건가란 생각에 두려움도 느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챗GPT의 등장에는 '심심이'의 업그레이드라고 여겼지만 직접 사용한 뒤엔 "기대보다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사진 Chat GPT

202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 박람회 'IFA 2024'에서 여러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봤다. 인간을 닮은 모습부터 반려동물을 형상화한 모습, 피규어처럼 귀여운 형태까지 외형도 다양했다. 스스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징그럽다"고 말한 나와 달리 AI의 흐름을 훤히 꿰뚫고 있는 한 테크 유튜버는 내게 "출시된다면 사고 싶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 귀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고 멋쩍게 웃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당시 내가 얼마나 우매했는지 깨달았다.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얼마나 빠르고 밀접하게 AI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실제로 주변에서 AI를 활용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걸 여러 차례 목격했고 한 AI 교육에서 AI로 PPT를 만들고, 엑셀 속 데이터를 분석하고, 음악을 창작하는 경험을 하면서 감탄했다. 뒤늦게 AI에 관심을 가진 나와 달리 1년 전 휴머노이드를 보고 귀엽다고 한 그 유튜버는 지금쯤 얼마나 더 AI를 잘 활용하고 있을까?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를 이용하는 게 아닌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10년에 걸쳐 내 삶의 일부가 됐던 것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AI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나를 비롯해 신기술에 무딘 이들은 AI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아무리 상상해도 식상한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아 AI에게 물었다. "부담은 줄이고 선택지는 늘리는 기술이 혁명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에게 어떤 선택지가 생길까? 다양한 선택지를 보는 것은 나의 몫이다.

2045년, 자유와 동반자가 된 휴머노이드 

살림 편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저기서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가사 노동의 중심에 있다. AI가 적용된 가전제품은 환경과 상태를 감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에 맞춰 냉난방이 되고, 세탁물을 감지해 세제와 물의 양, 건조 시간이 조정될 뿐이다. AI 시대에 우리는 결정하고 감시하는 관리자가 되고, AI는 물리적 노동을 맡게 될 것이다. 청소 로봇, 스마트 주방, 예측형 식자재 관리 등이 기본이 되지 않을까? 휴머노이드 가사 로봇이 청소를 넘어 식자재 정리, 분리배출, 반찬 리필을 하고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면 사람은 가족과 대화하거나 휴식을 취할 것이다. 즉 AI는 가사 노동에서 성별 편중이 해소되도록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언젠가는 '가사', '살림'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살림의 중심이 청소나 요리에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식사 자리에서 가족의 대화 주제를 추천하거나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하고 조명의 조도까지 맞춰줄 수도 있다. 여러 방식으로 사용자의 기분이나 피로도를 감지해 "오늘은 매운 떡볶이를 먹는 게 어때요?"라든가 "반신욕으로 릴랙스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가사 도우미이자 프라이빗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거듭날 것이다.

부양 편  
'정서적 동반자'

사진 Chat GPT

현재 여성들은 부양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인 돌봄에 대한 공공 시스템은 있지만 각종 부양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정서적 노동은 가족의 몫이라 부양을 비롯해 치매·만성질환 환자 돌봄은 딸이나 며느리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 AI 케어봇은 부양의 많은 부분을 덜어줄 것이다. 자녀를 대신해 병원을 수소문하고 예약하는 것은 물론, 웨어러블 형태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원격 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와 대화하고 약 복용을 체크하며 나아가 낙상 위험도 예측할 것이다. 2025년 수요 부족으로 해외 인력을 투입해야 했던 간병인은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 되지 않을까? AI 케어봇은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적 수발을 넘어 정서적 동반자로 향하게 될 것이다. AI는 노인의 상태를 감지해 가족에게 "요즘 아버지가 외로우신 것 같아요. 영상통화를 연결할 게요"라고 제안하며 가족 간 감정의 간극을 조율하는 동시에 부양을 살뜰하게 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선사할 것이다. 

커리어 편  
'역할의 균형자'

여성의 커리어에서 경력 단절은 가장 큰 장벽으로 통한다. 재취업 시장의 경쟁이 나날이 심화되는 가운데 AI 기술 격차는 새로운 유리 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휴머노이드를 단순히 비서 역할로 업무 환경을 확산시키는 것을 넘어 동료로 활용해야 한다. 사무실 내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며 일하는 AI 동료 휴머노이드가 회의에 동석해 회의록을 작성하고 각종 자료를 제공해 브레인스토밍할 것이다. 또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반복 업무를 대신해 인간이 창의적인 기획 중심 업무를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매주 반복되는 회의 날, 나 대신 휴머노이드가 출근해 회의를 대신하고 나는 전략 설계 같은 창조적 업무에 시간을 쏟게 될 수도 있다. 경력 단절이라는 단어는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휴직의 개념이 사라지고 커리어를 어느 방향으로 발전시킬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재테크 편  
'객관적 금융 매니저'

사진 Chat GPT

2045년 대한민국에서 주식은 대화 주제로 사용되지 않는다. 개인 맞춤형 AI가 자산 파트너로 활약하기 때문. 개개인의 감정 상태, 소비 패턴, 가족력, 수면 습관, 스트레스 지수를 반영해 투자 전략을 설계할 것이다. 더 이상 욱해서라든가, 기분 좋아서, 걱정돼서 주식을 팔거나 샀다는 말은 들을 수 없다. AI가 금융 상품과 마켓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번 주 당신의 리스크 감내 수준은 중간입니다. 안정형 펀드로 30% 리밸런싱을 제안합니다" 등으로 재테크를 가이드할 것이다. 또 투자 상담가 등의 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아닌 AI들끼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의해 투자 기회를 공동 발굴할 것. 그럼에도 투자하느냐 마느냐는 인간의 결정에 달릴 것이다. 즉 AI는 금융 매니저이자 데이터 분석가, 정서적 코치가 될 것이다. 

육아 편  
'육아 파트너'

사진 Chat GPT

더 이상 육아는 고된 일이 아니다. 싱글 시절 상상했던 우아한 육아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맘카페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같은 양육 코칭 프로그램 대신 육아 로봇이 양육을 주도해 영유아의 건강 상태, 성장·발달 상황을 체크하고 교육 계획을 세울 것이다. 부모는 심리적 부담과 육체적 피로를 지금보다 덜 느낄 것이다. AI가 육아의 보조 수단이 아닌 개인화된 파트너가 된다. 워킹맘은 시간 부족을 해결하고 전업맘은 고립감을 해소할 것이며 놀이 선생님은 사라질 것이다. 유아와 눈높이를 맞춘 휴머노이드가 돌봄과 동시에 놀이까지 책임지기 때문. 이제 "외동이라서 외로워하는데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라는 고민이나 "엄마·아빠가 회사에서 늦게 와서 슬퍼요"란 어린아이다운 투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휴머노이드가 부모의 목소리, 말투, 교육 스타일을 학습해 엄마·아빠의 디지털 페르소나가 되고, 아이와 유대 관계를 쌓고 놀이 시간을 가질 것이다. 또 육아 도우미나 하원 도우미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사라지고 "지금 로봇 이모랑 그림 그리기 해요"라는 자녀의 대답을 듣는 날이 머지않았다. 휴머노이드는 부모를 대신해 자녀의 교육 스케줄을 관리하고 개인화된 일타강사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영유아 양육이 아니라 정서적 의존 대상이 부모가 아닌 휴머노이드가 되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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