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변의 법꾸라지 일기] 무료로 도움 받고 역정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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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20만 변호사가 말하는 '공짜 상담의 고뇌'
[우먼센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 상담은 유료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무료로 나눠준다. 시간당 보수를 책정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에서 변호사들이 상담료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협회에서 포스터까지 배포하고 있다.
메가 인플루언서들이 즐비한 오늘날 큰소리치며 내세우기는 힘든 숫자지만 필자의 SNS 팔로워 숫자를 모두 합쳐보면 20만 명이 훌쩍 넘는다. 변호사인 것을 아는 팔로워들 중 꽤나 여러 분들이 이따금씩 법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질문을 하는데,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는 여건상 변호사로서 맡을 만한 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부 자세히 답해드리기에는 도저히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돈이 안 된다고 마냥 외면하자니 평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질문을 주는 분들도 계셔 그냥 넘어가기에는 눈에 밟힌다. 매일같이 갈등하지만 결국은 마주하는 것은 몇 글자, 몇 마디라도 즉답을 드리는 내 모습이다.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짜 상담의 건수가 늘어나다 보면 복잡한 심경으로 자연스럽게 내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된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을 제공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지, 이유 없는 상대방의 친절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다면 간단하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있는지 따위의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온갖 절박한 이유를 대며 변호사의 대답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짧게나마 의미 있는 답변을 해주어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너무 감사하다며 기프티콘을 보내 오히려 사양하며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집요하게 더 물어보다가 마지막엔 답장도 안 하고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답장이 늦다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 내가 기대한 건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어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뿐이었는데, 그조차도 건넬 여유 없이 돌변하는 이들을 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차피 일면식도 없었고, 다시 볼 일도 없고, 답변이야 자기가 좋아서 답변해 준 것인데 인사따위 해서 뭐하겠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니 그들은 오히려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헌데 더욱 황당한 일은 오히려 얼굴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 한참 전에는 어느 모임에선가 선배를 자처하며 나타난 자의 요구를 묵묵히 받아주다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들을 하기에 정중히 거절했다가 본인을 내팽개쳤다는 이유로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10원 한 장 받은 바 없었는데 무엇이 억울한지 예의를 운운하며 안좋은 소문을 내겠다고 엄포를 놓는 그치를 보며, 호구와 진상은 세트라는데 사실 문제는 호구같은 내게 있었던 것이 아닌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근데 그런들 어쩌겠는가. 내가 누군가의 예기치 못한 친절과 마주하고 반나절이 행복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내 머릿속에서 곧장 튀어나온 조언 몇 마디가 정말 소중할 수도 있으니 살던 대로 사는 수밖에. 다만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만 주변에 가득하기를 내심 바라볼 뿐이다.

임현서 리바이어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업분쟁부터 조세, 집행, 금융, 부동산, 형사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변호사로 <더 커뮤니티>, <더 인플루언서>, <피의 게임3> 등의 방송에 출연했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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