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차대전 차르와 카이저의 '핫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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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국 황제 빌헬름 2세(1859~1941)와 러시아 제국 황제 니콜라이 2세(1868~1918)는 러시아 황제 파벨 1세의 직계로, 촌수로는 4촌쯤인 친척이었다.
전 유럽이 외교-정보 채널을 활짝 열고 두 나라를 주시하던 그 위기의 7월, '카이저 윌리'와 '차르 니키'는 7월 29일~ 8월 1일 나흘 동안 무려 10통의 전보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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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국 황제 빌헬름 2세(1859~1941)와 러시아 제국 황제 니콜라이 2세(1868~1918)는 러시아 황제 파벨 1세의 직계로, 촌수로는 4촌쯤인 친척이었다. 사이가 각별하진 않았어도 둘은 서로를 윌리(Willy)-니키(Nicky)란 애칭으로 부르며 더러 안부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는 됐다고 한다. 그들이 제1차 대전에서 각각 대독일주의(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라는 양대 민족-팽창주의로 격돌했다.
두 제국은 중부유럽(동유럽)을 향한 팽창주의의 욕망으로 군비를 확장하며 19세기 내내 긴장했다. 1815년의 신성동맹, 1873년의 삼제동맹(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은 위태로운 현상 유지와 상호견제를 위한 역설적 동맹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1914년의 발칸반도, 즉 거대한 두 욕망이 맞닿아 있던 맨틀이 균열하기 시작했다. 6월 28일 오스트리아 대공 부부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청년의 총에 맞아 숨진 ‘사라예보 사건’. 오스트리아는 범게르만 진영이었고 세르비아 민족주의는 범슬라브계의 촉수였다.
전 유럽이 외교-정보 채널을 활짝 열고 두 나라를 주시하던 그 위기의 7월, ‘카이저 윌리’와 ‘차르 니키’는 7월 29일~ 8월 1일 나흘 동안 무려 10통의 전보를 주고받았다. 먼저 동원령을 풀라, 군사행동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식 직함을 단 정중한 (준)외교 문서였다. 물론 허사였고, 8월 1일 카이저는 차르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에게서 비롯됐다는 ‘운명의 수레바퀴’란 표현은 신의 무작위를 상징한다. 공화정 시대 로마 정치인 겸 철학자 보에티우스가 ‘철학의 위안에 관하여’에 저 표현을 쓰면서 유행이 시작돼 ‘역사의 수레바퀴’란 클리셰도 생겨났다. 외교사가들은 두 황제의 전보 속 문구와 뉘앙스를 따지며 ‘7월 위기’의 미시적 전개를 연구한다지만, 운명은 이미 그들 손을 떠난 뒤였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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