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팬이라 초청하고 싶었지만"…英밴드 펄프,결성 47년 만에 첫 내한
2022년 재결성 이후 콘서트 투어

“K팝은 잘 모르지만 토트넘 팬으로서 손흥민 선수를 좋아합니다. 이번 공연에 초청하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공연 다음 날 서울에서 친선 경기가 열리더군요. 그 경기도 보러 가고 싶어요.
결성 47년 만에 첫 내한 공연을 앞둔 영국 밴드 펄프의 기타리스트 마크 웨버는 28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2년 멕시코에 처음 갔을 때 팬들의 열기에 놀란 적이 있는데, 이번 한국 공연도 그때와 비슷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펄프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둘째 날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열렬한 팬이라는 웨버는 "2004년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영국의 아방가르드 영화들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밴드로서는 처음이라 어떤 무대를 마주하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995년 '디퍼런트 클래스' 히트로 세계적 명성
펄프는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와 함께 1990년대 브릿팝 ‘빅4’로 꼽히는 밴드다. 1978년 당시 15세였던 자비스 코커가 결성한 팀으로 1983년 첫 앨범을 발표했지만 성공까지는 긴 무명 시기를 거쳤다. 1994년 네 번째 앨범 ‘히즈 앤 허즈(His ‘n’ Hers)’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듬해 낸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Different Class)'의 세계적 성공으로 영국 브릿팝을 대표하는 그룹이 됐다.
웨버는 ‘디퍼런트 클래스’ 준비 과정에서 팀에 합류해 30년째 활동 중이다. 펄프의 팬클럽 회장이었다가 투어 매니저를 거쳐 정식 멤버가 됐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웨버는 밴드가 휴지기일 때는 주로 예술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다. “펄프는 늘 실험적이고 때로는 비주류 감성을 존중해 왔어요. 개인적으로는 실험영화나 예술영화에 관심이 많고요. 그런 시도나 취향이 우리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중반은 오아시스의 ‘데피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 ‘(왓츠 더 스토리) 모닝 글로리((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라디오헤드의 ‘더 벤즈(The Bends)’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 블러의 ‘파크라이프(Parklife)’, 스웨이드의 ‘도그 맨 스타(Dog Man Star)’, 버브의 ‘어번 힘즈(Urban Hymms)’ 등 영국 록의 명반들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디퍼런트 클래스’와 후속작인 ’디스 이즈 하드코어(This is Hardcore)’(1998)는 펄프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브릿팝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힌다.
“'디퍼런트 클래스'를 만들던 시기엔 우리가 음악적으로 어떤 전환점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시엔 작업 하나하나가 굉장히 직관적이었고,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제게는 처음으로 밴드 정식 멤버로 녹음에 참여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만큼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했던 현장이었습니다.”
웨버는 이 시기를 “정말 활력이 넘치던 시절”이라고 기억한다. "단순히 몇몇 인기 밴드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시대엔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도전하고 실험했어요. 지금도 그 음악이 사랑받는 건, 단지 사운드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거기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 사회에 대한 시선, 정체성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고, 그런 진정성이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년 재결성해 콘서트 투어 하며 24년 만에 새 앨범 발표
펄프가 1990년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꼽히면서도 해외에 덜 알려진 건 이들의 음악적 개성과도 관련이 있다. 펄프 음악의 핵심은 냉소적이면서 사회 비판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가사에 있는데 비영어권 국가에는 호소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커먼 피플(Common People)’은 부유층 여성이 노동계급 남성과 어울리며 가난을 소비하는 ‘서민체험’ 또는 ‘계급투어’를 풍자한 곡이다. 자비스 코커가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선율은 멤버들이 함께 만든다. 웨버는 이 곡에 대해 “’펄프의 이름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며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꾼, 감사한 노래”라며 “카페나 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될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 하고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펄프는 오랜 무명 끝에 정상에 올랐으나 갑작스러운 인기에 휘청거렸다. 2001년 일곱 번째 앨범 ‘위 러브 라이프(We Love Life)’를 낸 뒤 이듬해 해체했고 2011년 재결성 후 2년간의 활동 끝에 다시 긴 겨울잠에 들었다가 2022년 다시 뭉쳐 무대에 섰다. 24년 만의 새 앨범인 ‘모어(More)’도 재결성 콘서트 투어를 통해 완성됐다. 웨버는 “예전엔 투어와 프로모션, 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공연 자체를 온전히 즐길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투어에선 무대를 다시 사랑하게 됐다”면서 “애초에 앨범을 낼 계획은 없었지만 공연을 하면서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조금씩 곡을 쓰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모어’는 펄프의 성숙한 내면이 담긴 앨범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영국 음악전문지 모조는 “예전보다 재미는 덜하더라도 훨씬 성숙한 느낌을 준다”면서 재결합 앨범으로는 흔치 않은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웨버는 이 앨범에 대해 “지난 20년간 각자의 삶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 만큼 이번 앨범에는 그만큼의 성찰과 내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는 ‘슬로 잼(Slow Jam)’을 꼽았다. "즉흥적인 흐름이 있는 곡이라 연주할 때마다 즐겁고, 처음 펄프를 접하는 분들에게도 우리가 지금 어떤 감정으로 음악을 나누는지 전해질 수 있을 겁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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