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고’ 민간업체에 책임 넘긴 공공기관 [인천 맨홀 사망 사고 人災 下]

황남건 기자 2025. 7. 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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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7월 아침, 인천 계양구 한 도로 밑 밀폐공간에서 작업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가 지난 2일 게시한 '금곡동~대곡동 간 도로개설공사 도시기반시설물 GIS DB 구축 용역'의 과업지시서에는 "안전 사고 발생 시 물적·인적 피해에 대해 수행자(민간 업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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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환경공단, 올해부터 발주한
기술용역 14건 계약 중 9건 문구
인적피해 계약 상대자에 떠넘기기
공공기관 감독 부실 등으로 이어져
관리 총괄 공공기관 책임 목소리

무더운 7월 아침, 인천 계양구 한 도로 밑 밀폐공간에서 작업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어두컴컴한 맨홀엔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유해가스가 가득했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가스가 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측정기도, 최소한의 안전 장비인 산소마스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금지된 다단계 하도급까지 이뤄지면서 벌어진 ‘인재(人災)’다.

본보는 ‘인천 맨홀 작업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맨홀 등 밀폐공간 작업의 위험성을 진단하고, 같은 사고가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등 대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환경공단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인천 맨홀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일보 DB

인천 맨홀 사망 사고 人災 - 下


인천 공공기관들이 밀폐공간 등 현장 작업의 인명 사고 책임을 민간(용역) 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가 작업 안전 관리 등을 총괄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관리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책임 떠넘기기를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인천의 밀폐공간 인재(人災) 되풀이(본보 28일자 1·3면) 보도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밀폐공간 사고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인천환경공단이 지난 1월1일부터 발주한 맨홀 작업 등 기술용역 14건의 입찰공고문과 과업지시서 등을 분석한 결과, 9건(64.2%)의 용역에 민간 업체가 안전사고 책임을 지게 하는 문구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지난 3월 ‘차집관로(오수관)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용역(1권역)’의 과업지시서에 “안전 사고 발생 시 물적, 인적피해에 대해 계약상대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사전 협의 없이 발생된 법적, 재정적 문제는 계약상대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단은 지난 6월5일 공고한 ‘가좌사업소 1·2단계 유입수문(긴급차단) 실시설계 용역’ 과업지시서에도 “계약상대자는 사업 시작일부터 사업 일체에 대한 운영, 현장 관리 및 통제, 안전·보건에 관한 모든 책임이 있다”고 정했다.

특히 인천의 다른 공공기관들 역시 안전사고 책임을 민간 업체에게 떠넘기기고 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가 지난 2일 게시한 ‘금곡동~대곡동 간 도로개설공사 도시기반시설물 GIS DB 구축 용역’의 과업지시서에는 “안전 사고 발생 시 물적·인적 피해에 대해 수행자(민간 업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계약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인명 사고 책임을 민간 업체에게 떠넘기다 보니 안전 관리·감독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인천 계양구 도로 맨홀 사고 때도 안전 관리 등을 총괄하는 공단은 당시 작업이 이뤄졌는지도 몰랐다.

김은복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불법 하도급이 이뤄져도 모두 민간 업체 책임이면 안전 관리를 총괄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 발주 용역만큼은 안전사고 책임을 민간 업체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인천 계양구의 맨홀 작업자 사망에 이어, 27일 서울 금천구의 맨홀에서도 상수도 복구 작업자 사망 사고가 나자 이날 관련 대책을 내놨다. 김 장관은 “밀폐공간 작업 시 사전에 송기마스크 착용, 유해가스 측정 의무가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필요한 산업안전보건규칙을 조속히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박기웅 기자 imkingkk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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