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작품은 내가, 내 작품은 정보라 작가가 번역해줬죠”

황지윤 기자 2025. 7. 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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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커상 후보 ‘저주 토끼’ 번역 안톤 허
영어로 쓴 장편 SF ‘영원을 향하여’ 번역 출간

2022년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정보라의 ‘저주 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올랐다. 이를 한 사람이 번역했다는 사실. 이 밖에도 신경숙·황석영·이성복의 작품을 영어로 옮긴, 요즘 가장 잘나가는 한영 문학 번역가 안톤 허(44·허정범). 그가 소설을 썼다. 영어로 쓴 SF 장편소설 ‘Toward Eternity(영원을 향하여)’는 작년 미국 ‘빅 5’ 출판사로 꼽히는 하퍼콜린스에서 출간됐다. 인간의 세포를 나노봇으로 대체해 불멸에 이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미래가 배경. 28일 이 책의 국내 번역·출간을 계기로 그가 기자들을 만났다.

“번역이 아닌 소설이라니, 뜻밖”이라는 반응에 그는 딱 잘라 말했다. “저는 항상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아주 구체적으로 영문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문학 번역을 하게 된 계기도 영미권 출판사와 네트워킹을 할 기회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한국 문학 해외 세일즈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알고 보니 영리한 전략가였다. 고교 3학년까지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산 기간이 반, 한국에서 산 기간이 반이다. 영어로 된 시와 소설을 섭렵한 결과 “영어로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품었고, 이는 “일종의 강박”처럼 그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영원을 향하여' 국내 출간을 계기로 기자들을 만난 안톤 허 번역가 겸 소설가. /연합뉴스

정보라 작가와는 독특한 콤비다. 영어로 번역된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모두 안톤 허의 손을 거쳤다. 이번엔 정보라 작가가 나서 그의 영어 소설을 한국어로 옮겼다. “‘죽어도 자기가 번역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셨어요. 이 양반이 얼마나 바쁜지 아는데, 할 시간이 있을까…. 너무너무 고맙죠.” 안톤 허는 정보라의 한국어 번역에 대해 “내가 쓴 글 같지 않다”며 “이건 번역이 잘됐다는 신호”라고 했다. 왤까. 그는 “영어와 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거리가 먼 언어”라고 했다. 언어적 차이 때문에 애초에 같은 글처럼 느껴질 수 없다는 것. “정보라 작가님도 제가 번역할 때 ‘안톤씨, 당신 번역은 당신 작품이고 이건 내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소설가와 번역가. 그가 피부로 느낀 차이는 뭘까. 안톤 허는 “번역가는 번역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고생문이 열리는데, 소설가는 번역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돈이 들어오더라. 아무것도 안 하는데 돈이 들어오는 게 프리랜서 번역가에겐 엄청난 희열을 준다”며 웃었다. 그래서 “소설을 더 많이 써야지” 생각하지만, 여전히 “번역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그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쥐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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