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휴가를 떠나요, 미술관으로
여름이 오면 마음이 먼저 지친다. 열기와 소음에 지친 감각은 저절로 고요한 공간을 갈망한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면 도심의 ‘쉼표’를 찾듯 미술관을 향한다. 에어컨보다 큰 위로는, 그곳에서 흐르는 다른 호흡과 시간 때문이다.
미술관은 독특하다. 계절과 관계없이 일정한 조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불필요한 소음은 사라지고 오롯이 시선만 흐른다. 가장 덥고 분주한 계절임에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멀리 떠나기보다 도심 휴양지로서 미술관을 선택한다.
얼마 전 들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모네부터 앤디 워홀까지’ 전시는 그런 여름의 무게를 조용히 받아내는 공간이었다. 고흐의 붓결, 마티스의 색채, 워홀의 시선은 시대를 달리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환기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온도도 조금씩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관광지로 각광받는 도시에서도 좋은 전시를 찾아볼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을 찾아갈 수 있고, 경주 우양미술관에선 아모아코 보아포 전시가 한창이다. 작품 속 인물의 표정과 색채가 짙은 여름 햇살만큼이나 선명해, 작가의 내밀한 시선을 잠시 내 안으로 들여놓게 된다.
미술관이 여름휴가에 적합한 것은 신체의 휴식뿐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천천히 다독이기 때문이다. 설명 없이 눈으로만 읽고, 말없이 색으로만 느끼며,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경험하는 그곳은, 일상의 과부하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휴식처다.
이제는 MZ 세대 컬렉터들도 여름 미술관을 필수 코스로 삼는다. 그들은 전시를 탐색할 뿐 아니라, 그 경험을 사진과 한 줄로 기록하고, 디지털 공간에서도 나누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움직임은 종전 ‘휴가=여행지’라는 공식에 ‘예술’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
여름, 감각과 생각이 숨을 고르는 장소를 찾고 있다면, 미술관은 깊고 오래 남는 도심의 치유 공간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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