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선생님의 문학정신 이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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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지 못한 감정을 대변하는 쪽지의 행성.() 그리하여 당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편지가 쏟아지고 있다.'-'행성표류기', 55쪽.
5년 전 먼 별로 여행을 떠난 '애기 선생님'의 시와 문학 정신이 나지막이 통영에 울려 퍼졌다.
이날 오전 10시 김 시인의 시비가 있는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그를 기리기 위한 5주기 추모제와 제4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인은 생전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에서 지역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애기 선생님'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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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만든 모임 ‘올리브행성’ 주최
작품 낭독·헌화하며 애틋한 마음 전해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시상식도 열려
‘전하지 못한 감정을 대변하는 쪽지의 행성.(…) 그리하여 당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편지가 쏟아지고 있다.’-‘행성표류기’, 55쪽.
5년 전 먼 별로 여행을 떠난 ‘애기 선생님’의 시와 문학 정신이 나지막이 통영에 울려 퍼졌다.
지난 24일은 통영 문학의 샛별이던 고(故) 김희준 시인(1994~2020)이 스물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다섯 해가 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김 시인의 시비가 있는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그를 기리기 위한 5주기 추모제와 제4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인의 제자들과 지역의 동료 문인들,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는 김 시인의 제자 20여명이 만든 단체 ‘올리브행성의희준과아이들(이하 올리브행성)’이 주최했다. 시인은 생전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에서 지역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애기 선생님’으로 불렸다.
사회를 맡은 올리브행성의 회장 이미성(부산대 수학교육과 3)씨는 “5년 전 오늘 사랑하는 애기 선생님이 올리브행성으로 떠났다. 선생님께 많은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기에 선생님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여기서 선생님이 불멸의 생을 살도록 보살피고, 추구하셨던 문학 정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학 꿈나무들을 돌보던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만든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올해 제4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수상자가 된 정혜선(18)양은 “시로 좋은 상을 받지 못할까 봐 무서웠는데, 김희준청소년문학상으로 두려움을 벗어나게 됐다”며 “이번 기회로 돌아보니 내가 썼던 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시를 많이 써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후 시인의 문학 세계를 돌아보며 그리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 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꼽아 읊었다. 작품을 읽기 전 시인의 이름을 되뇌는 이도, 그에게 다하지 못한 말을 늦게나마 전하는 이도 있었다.
낭독을 마친 후 김 시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차례가 오자, 그를 사랑했던 이들은 꾹 참던 눈물을 훔쳤다. 참석자들은 물기 어린 손으로 시인의 사진 앞에 붉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놓으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1994년 통영에서 태어난 김희준 시인은 청소년 시절부터 전국구 백일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신예였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한 그는 2020년 첫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의 출간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다. 이듬해 시인의 유고산문 ‘행성표류기’가 세상에 공개됐고, ‘올리브행성’의 제자들은 시인의 문학적 뜻을 잇고자 해마다 청소년 문학상과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그가 지구별에서 살다 간 푸른 시간처럼, 푸르름 가득한 매년 여름이면 김 시인의 시비는 어린 시인들의 새로운 시와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전하는 꽃으로 둘러싸인다.
글·사진= 장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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