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보증금 200에 28만원" 붕괴 위험 알고도 못 떠나는 주민들

이은진 기자 2025. 7. 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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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최초 주상복합아파트, 서울 서대문구 좌원상가 아파트입니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 '붕괴 위험' 진단까지 내려진 상태지만,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서 위험 속에 그냥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번듯한 새 건물들 사이, 이 공간만 세월이 멈췄습니다.

4층짜리 건물 회색 외벽은 벗겨지고 터져 나갔습니다.

옥상엔 녹슨 가건물과 LPG 가스통, 어디부터 어떻게 연결됐는지 모를 전선들이 아무렇게나 뒤엉켰습니다.

들어가 봤습니다.

건물에 들어와 봤더니요. 위험 시설물 알림이라고 큰 알림판이 붙여져 있습니다. 지정 등급을 보니까 E등급으로 최하위 등급입니다. 내용을 보니까 '건물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안전의 위험이 있다'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E등급이면 당장 무너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사람이 지낼 수 없고, 지나다니기도 위험합니다.

통행 절대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조심히 한 번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엔 상인들이 장사하고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천장 전선과 파이프엔 전기가 흐르고 가스가 들어옵니다.

언제 불이 났었는지 오래된 화재 흔적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 좁은 복도로 매일 누군가는 하루 몇 번을 오가야 합니다.

지금 오후 12시 한낮인데도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서 이렇게 조명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조명 켜주시고요. 옆으로는 고장 난 가전제품이 이렇게 방치가 돼 있고, 그 옆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폐지도 이렇게 나뒹굴고 있습니다.

여기 사는 주민들, 사실 무섭습니다.

[장병남/좌원상가 상인 : 위험해 지금. 우리 아들도 오늘 아침에 그러더라고. '어머니 거기 오래 앉아있지 마세요.' 벌써 여기가 막 물이 막 떨어져. 여기서 물이, 여기서도.]

거주 공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문을 열고 복도에 선풍기를 틀어뒀습니다.

[신현산/좌원상가 주민 : 열기가 이리 와요, 그러니까 이리로 (바람을) 부는 거예요.]

단열이 안 되는 건물, 방 안은 35도입니다.

[신현산/좌원상가 주민 : 선풍기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 팬이 하나 둘 셋 일곱 개 총. {에어컨은요?} 이거 고장 나갖고 다 썩어가지고 실외기가…]

하지만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현산/좌원상가 주민 : 보증금 200에 28만원. 월세 28만원. 싸니까 버티지.]

공용 화장실은 남여만 겨우 구분돼 있습니다.

그래도 이곳, 한때는 '고급 맨션'이었습니다.

[김광자/좌원상가 주민 : 그때는 최고였죠, 여기 모래내에서는. 참 살기 좋았어. 더우면 옥상에 올라가서 수박 쪼개서 가져와서 나눠 먹고…]

하지만 이제는 내려앉는 천장을 겨우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시공사 관계자 : 부식이 좀 됐거나 해서…]

불이 나거나 했을 때 2층 주민들이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입니다. 그런데 이 앞쪽 천장을 보시면요. 이렇게 내려앉아서 쇠기둥 4개로 임시방편처럼 받쳐놨습니다. 옆에는 위험하니까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도 붙었는데 비상시에는 나갈 곳이 이 길밖에 없습니다.

비상 출입구인데 출입을 금지하는 이 상황, 한계가 온 건 분명한데 대책은 없습니다.

[서대문구 관계자 : 생활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임대료를 지급한다든지 하는 그런 제도 자체는 아직은 없거든요.]

[왕모 씨/좌원상가 주민 : 주택자금 뭐야, 대출? 그것도 몇 번 신청했는데 안 되더라고. 갈 데 없으니까 여기 있는 거야.]

건물이 지어진 지 60년, 동네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그 사이에서 이곳만 천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알면서도 갈 곳이 없고,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뒤엔 이미 늦습니다.

[작가 강은혜 VJ 김수빈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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