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시급한 죽산 조봉암 서훈(敍勳)

정진오 2025. 7.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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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다 된 줄 알았다. 2011년 1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이용훈 대법원장은 12명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이라면서 죽산 조봉암(1899~1959)의 재심 사건(일명 진보당 사건)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가 놓은 덫이었던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무죄라는 거였다. 당시 대법원장이 덧붙인 한마디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이제 늦게나마 재심 판결로써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

대법원장이 이렇게 사법살인을 인정하고 머리를 숙인 죽산은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중국 등지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했으며, 제헌의원으로 뽑혀 헌법을 만들고,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농지개혁을 주도했다. 두 차례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하자 정권은 그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에 처했다. 사형에 이르는 과정은 그야말로 터무니없었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는데 2심과 3심에서 각각 사형을 선고했고, 재심 청구 기각 다음 날인 1959년 7월 31일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대법원 판결 전, 국가보훈부는 죽산에게 독립운동가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간첩죄 탓을 하면서 피해갔다. 대법원 무죄 선고가 나왔으니 당연히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서훈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일제의 선전도구였던 ‘매일신보’에 실린 국방헌금 명단에 포함돼 있어서 안 된다고 우기고 나섰다.

국가보훈부에서 문제 삼는 ‘매일신보’의 국방헌금 기사는 그 근거가 너무나 빈약하다. 당시 ‘매일신보’는 ‘강화 교동에 사는 맹인 부부가 가마니를 짜서 국방헌금을 냈다’는 식으로 국방헌금을 강요하고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 눈이 밝고 손이 빨라야 하는 가마니 짜기를 맹인 부부가 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식의 ‘매일신보’ 국방헌금 기사를 들이대며 죽산의 서훈을 가로막는 건 있지도 않은 간첩죄로 옭아매 사형시킨 잘못과 다를 바 없다.

해마다 덥디더운 7월 말이면 죽산의 억울한 죽음을 생각한다. 대법원장이 “늦게나마 바로잡는다”고 사과한 지 벌써 14년. 독립운동가 죽산의 서훈,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헌신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죽인 죽산, 이제는 국가가 살려야 한다.

/정진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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