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현철 2025. 7.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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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8세기의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 돌을 뽑아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 장수들은 둘이서도 그 돌을 들지 못한다"라고 적었다.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도 "내가 어릴 때는 조신하게 행동하고 어른들을 공경했으나, 지금의 청년들은 너무 약삭빠르고 참을성이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13세기 사제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볼로냐 대학의 교수였던 펠라기우스도 "요즘 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하고, 선생의 가르침에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도전한다"고 한탄했다.

동아시아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던 한비자도 "어리석은 젊은이들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꾸짖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때의 기사에도 "세상의 풍속이 쇠퇴해져 선비의 버릇이 예전만 못하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가 자신들보다 버릇없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고정관념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정말로 다음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부족했다면 인류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에서도 젊은이들을 탓하고 그들의 인성을 문제 삼는 현상은 여전하다.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안까지 제정했다. 세계 최초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이런 법을 제정해야만 했던 저간(這間)의 사정에 대해 어른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우리 젊은이들의 인성이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그리고 그게 법으로 해결이 될까?

동서고금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른으로서 존경받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첫째, 조화를 이루어 내는 삶을 살아간다. 위에서 말한 고정관념은 "자신은 옳고 젊은이들은 틀렸다"는 오개념에서 비롯된다. 많은 이들이 그런 전제 위에서 젊은이들을 탓한다. "나약해서, 의지가 없어서, 버릇이 없어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어른도 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회장은 한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절망은 우리 세대가 만든 것이라 너무 미안하다"고 술회했다. 기자는 인터뷰하는 동안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12번 했다고 적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어른은 '내가 옳다'는 신념으로 타인과 세상을 평가하는 대신 넓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인간 사회의 본질적 특성인 다양성을 수용한다. 사회구성원 저마다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용하여 조화를 만들어 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모든 악기들이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면서도 전제적으로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한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도 마찬가지다.

둘째,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고어텍스의 CEO로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던 테리 켈리는 "그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켜야 한다. 자신이 유능해서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구성원들은 '당신이 없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변혁의 필요성을 체감하면 스스로 변화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지금이 어느 시댄데…"를 외치며 타인을 변화시키려 하곤 한다. 특히 나이나 직위를 내세우며 타인을 바로잡으려는 태도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미흡한 기량에서 비롯된다. 이럴 경우에 타인의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너나 잘하세요"라는 반응을 불러오기 쉽다. 자신의 좋은 의도처럼 '타인과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는 '타인보다 먼저 자신이 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셋째, 열린 마음으로 늘 공부하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좋은 어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은 어른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대신 젊은이의 좋은 삶을 가르치려 들기 쉽다. 맹자도 일찍이 "사람들의 병통은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함에 있다"고 지적했다. 공부가 주는 진정한 유익은 이런 과오에 빠진 자신을 성찰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깨달음이 공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 공부의 길에 들어서기 어렵게 하는 역설적 순환관계인 셈이다. 자기 삶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치명적 한계 안에서 경험한 것을 옳은 것이라고 확신하는 '우물 안 개구리'의 교만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을 열고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모든 세대는 자신들이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자신이 현명한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이에 대한 현자의 통찰이요 경고다.

김현철 포천문화원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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