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에서 태어난 선, 감각으로 엮어낸 존재의 기록
수드로잉회 회원 36인 참여…찰나의 미학에 담아낸 몸의 언어
‘몸짓이多’ 모티브, 삶과 예술의 리듬 함축, 타인과의 깊은 교감




단 한 번의 호흡, 짧은 순간의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손끝이 있다. 모델의 몸짓을 따라가는 선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존재와 감각을 이어주는 언어가 된다. 몸과 선의 밀착된 대화를 통해 우리는 지금 이곳의 ‘존재함’을 다시 묻는다.
대담미술관은 오는 8월24일까지 드로잉 그룹 수드로잉회와 함께 기획초대전 ‘잇다, 잊다, 있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퍼포머 모델의 교감 속 탄생한 선들이 어떻게 하나의 언어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선을 긋는 손끝, 방향을 바꾸는 어깨, 호흡에 흔들리는 시선까지. 작가는 모델의 움직임과 감정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응답한다.
그렇게 완성된 선은 시각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기록’이 된다.
드로잉은 이처럼 찰나의 집중과 물리적 시간 속에서 생성되는 몸의 언어다.
전시 제목 ‘잇다, 잊다, 있다’는 수드로잉회의 정기전 ‘몸짓이多’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삶과 예술의 리듬을 함축하고 있다.
36명의 참여 작가는 퍼포머의 역동적인 자세를 빠른 시간 안에 선묘로 포착하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창작 속에서 존재의 감각을 되살린다.
수드로잉회는 2017년 창립된 이후 매주 수요일, 함께 모여 정기적인 누드크로키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참여자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작가뿐 아니라 사업가, 주부 등 본업이 예술이 아닌 이들도 함께한다.
드로잉이라는 가장 단순한 행위를 통해 몸과 감각을 기록해온 이들은,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예술이 삶과 맞닿아 있음을 실감한다.
선 하나를 긋기까지 필요한 집중, 다음 선을 이어가기 전의 망설임, 시선을 옮기는 동작 하나까지 모두가 예술 행위가 된다.
이처럼 드로잉은 기술을 겨루는 일이 아니라 존재의 감각을 회복하고 타인과 교감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전현숙 작가는 “짧은 시간 안에 훑어내는 맨몸의 ‘몸짓’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모였다”며 “모델의 몸이 선으로 담길 때 느껴지는 작은 희열이 작업의 허기를 채운다”고 말했다. 그는 강사로서 회원들과 함께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오며, 매 순간 변화하는 모델의 움직임을 응시하는 것이 곧 창작의 출발점임을 강조해왔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26일에는 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수드로잉회 회원 김현옥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행사는 퍼포먼스와 공개 크로키 세션으로 이어지며 드로잉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퍼포먼스 ‘광란의 침묵(제비와 끼순이)’에는 드랙 아티스트 모지민과 퍼포머 겸 예술모델 이정민이 무대에 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시를 기획한 최아영 부관장은 “작가들은 퍼포머와의 교감을 통해 예술로 ‘잇고’, 몰입 속에서 일상의 무게를 ‘잊으며’, 창작을 통해 존재함을 ‘있다’로 증명한다”며 “관객 또한 이 드로잉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잇다, 잊다, 있다’를 마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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