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인류 역사

박영서 2025. 7. 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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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인류는 바다를 건너며 문명을 확장했고, 바다에서 전쟁을 벌였으며, 바다를 통해 세계를 연결해왔다.

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고대 무역부터 대항해시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인류 문명의 흐름을 '바닷속 유물'로 입증한다.

고대 무역선부터 전쟁 중 은괴를 실은 전함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문명을 대표하는 난파선들을 따라가며 인류의 번영과 교류, 갈등과 생존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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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삼킨 세계사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펴냄
바다가 삼킨 세계사. 다산초당 제공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바다를 건너며 문명을 확장했고, 바다에서 전쟁을 벌였으며, 바다를 통해 세계를 연결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는 바다가 아닌 땅 중심으로 기록되어 왔다. 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고대 무역부터 대항해시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인류 문명의 흐름을 ‘바닷속 유물’로 입증한다.

책은 약 3500년의 세계사를 12척의 난파선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고대 무역선부터 전쟁 중 은괴를 실은 전함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문명을 대표하는 난파선들을 따라가며 인류의 번영과 교류, 갈등과 생존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예컨대 기원전 16세기 구리와 주석을 실어 날랐던 ‘도버 보트’는 인류 최초의 해상 무역 흔적을 보여준다. 고대 지중해에서 포도주를 수송하던 ‘텍타쉬’는 로마 시대 상업과 일상의 흔적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중세 유럽 바이킹의 ‘롱십’은 기후 위기와 해상 이주의 흔적을 담고 있다. ‘HMS 테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서 은괴를 수송하던 극비 작전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이렇게 각각의 난파선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와 문명의 궤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사 속 개별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소환해낸다는 점이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로마 시대의 안과의사, 중국의 상인들, 헨리 8세의 궁수 등을 마치 지금 우리 앞에 살아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복원해낸다. 이는 감정과 상상력, 지식을 동시에 자극한다책은 이제껏 우리가 놓쳐왔던 ‘바다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진짜 ‘지구적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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