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의 번역가' 안톤 허, 소설가 꿈 이뤘다… "1호선 지하철에서 자필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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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어떻게든 소설을 쓸 거야."
7세 때부터 소설가를 꿈꿔 온 허정범은 고교 시절 사랑한 영국 소설가 앤토니어 수전 바이어트(1936~2023)에서 딴 '안톤 허'(44)라는 영어 이름으로 먼저 명성을 얻었다.
처음부터 영어로 쓴 첫 번째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Toward Eterni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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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번역은 정보라 작가가 맡아

"영어로 어떻게든 소설을 쓸 거야."
7세 때부터 소설가를 꿈꿔 온 허정범은 고교 시절 사랑한 영국 소설가 앤토니어 수전 바이어트(1936~2023)에서 딴 '안톤 허'(44)라는 영어 이름으로 먼저 명성을 얻었다. 정보라의 '저주 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 2022년 한 해에만 두 권의 한국문학을 부커상 후보에 올린 번역가로서다. 그가 이번엔 직접 쓴 소설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영어로 쓴 첫 번째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Toward Eternity)'다. 지난해 미국 출간 후 최근 국내에 선보이는 책의 한국어 번역은 정보라 작가가 맡았다.
세계적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장편소설… '정보라 번역'
허 작가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보라 작가님이 죽어도 자기가 번역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며 "번역을 너무 잘해 줘서 내가 쓴 책 같지 않고, 정보라가 쓴 책을 읽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영원을 향하여'는 근미래부터 수천 년 이후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가 배경이다. 나노봇으로 신체 세포를 대체해 불멸의 존재가 된 인간, 몸을 얻은 인공지능(AI)이 나오는 SF소설.
'암세포를 나노봇으로 교체하면 암이 치유되지 않을까.' 2014년 샤워를 하다 떠오른 생각은 '나노봇 입장에서는 암세포를 구분할 수 없으니 몸 전체를 다 교체해 버리지 않을까', '이 나노봇 인간은 그때도 과연 인간일까' 이렇게 꼬리를 물었다. 단편소설로 끼적여 일단 서랍 속에 넣어 뒀다.

"밖에서 나한테 온 이야기"를 지하철에서 자필로 써
통역사, 비문학 번역가 등으로 일하던 그는 2017년 뒤늦게 문학 번역에 뛰어들었다. "영미권 출판사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서다. 그가 영어로 옮긴 이성복 시집 '무한화서'는 기어코 그를 쓰게 했다. "'글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언어가 쓰는 거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밖에서 나한테 오는 거다'라는 시인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그렇게 "글이 내 안으로 들어오길 조용히 기다려 들리는 이야기를 받아적었"더니 책 한 권이 나왔다.
'내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자택인 인천 송도와 작업실이 있는 서울 구로구를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로이텀 노트'를 무릎 위에 펴놓고 '무인양품 7㎜ 남색 펜'으로 쓴 게 '영원을 향하여'다. 그는 "덜컹덜컹 열차 바퀴 구르는 소리의 리듬을 타며 썼는데 리듬이 깨질까 봐 중간에 수정하지도 않고 손만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했다. "무의식이 (서랍 속에 처박아 둔 이야기를) 끄집어내 소설로 쓰고 있더라고요.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영어로 썼지만 한국 대표 시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쓴 한국 소설"인 셈이다.

작가 꿈 이뤘지만 번역도 계속… "시 번역하고 싶어"
교포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는 "100% 한국 사람"임을 강조한다. 코트라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스웨덴에서 태어나 홍콩, 에티오피아, 태국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글은 영어로 쓰는 게, 말은 한국어가 더 편할" 뿐.
첫 소설을 펴낸 그는 벌써 두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다. 오는 11월 완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게 목표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마지막 잔금을 치러야 할 2028년까지 얼마간 모자라거든요.(웃음) 출간 스케줄을 고려할 때 11월에는 내는 것으로 정해 놨습니다." 번역 역시 그만둘 생각은 없다. "돈은 많이 벌 수 없을 것 같지만 자꾸만 시를 번역하고 싶어져요. 한국문학 세계가 정말 풍요로워 번역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세상에 보여줄 게 너무 많아요." 그가 번역한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은 내년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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