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로티 워드 시대 개막
역대 세번째 데뷔전 우승거둬
특별제도로 입회한 지 12일만
고교 때 전과목 'A' 우수 학생
1년간 아마추어 세계 1위
베테랑급 경기력과 운영 능력
"잠도 잘 자" 자신감도 넘쳐

여자 골프 아마추어 세계 1위 출신인 로티 워드(21·잉글랜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프로로 전향한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덥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여자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고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워드는 2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어셔주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공동 주관 대회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김효주(18언더파 270타), 김세영(14언더파 274타) 등 두 한국 선수의 추격을 따돌린 워드는 이번 우승으로 많은 화젯거리를 낳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워드는 지난 16일 프로로 전향하고 LPGA에 입회한 뒤 처음 나선 이번 대회에서 그대로 우승까지 성공했다.
프로가 된 뒤 데뷔전에서 곧장 우승했던 것은 LPGA 역사상 단 세 차례만 있었다. 1951년 이스턴오픈에서 우승한 베벌리 핸슨(미국)이 첫 역사를 만들었고, 2023년 로즈 장(미국)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두 번째 역사를 이어갔다. 한동안 '천재 골퍼'로 명성을 날렸던 로즈 장은 프로로 전향한 뒤 주최 측의 초청 선수로 나서 데뷔전 우승을 거뒀다. 반면 워드는 이른바 LPGA 투어의 '특별 제도'를 통해 전향하고서 정상에 올라 차이가 있다. 워드는 LPGA의 엘리트 아마추어 패스웨이(LEAP) 프로그램을 통해 16일에 입회했다. LEAP는 지난 3년 동안 각종 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포인트를 채우면 회원 자격을 얻는다.
워드는 "데뷔전 우승이 꽤 어려운 일이라 내겐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줬다. 모두가 나를 쫓았지만 리드를 지켰고, 그 과정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다"면서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면서 골퍼로서의 꿈을 키운 그는 학업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다. 고교 때 영국 중등교육 자격시험(GCSE)에서 영어, 스페인어, 수학, 물리학 등 9개 전 과목 A를 받았던 그는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스포츠경영학 전공을 선택해 학업 우수 선수상도 여러 번 수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2024년에 워드는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치러진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에서 우승을 차지해 그해 7월 처음 아마추어 세계 1위에 올랐고, 이후에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후 다양한 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한 그는 이달 들어 프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LET 대회인 KPMG 위민스 아이리시 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뒤이어 전격 프로로 전향한 뒤 나선 이번 대회를 제패했다.
워드는 실력과 전략 그리고 멘탈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키 173㎝의 큰 체격에서 뿜어져나온 힘을 바탕으로 대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만 270야드에 달했고 그린 적중률은 무려 84.72%, 평균 퍼트 수도 28.25개로 준수했다. 4라운드 72홀을 돌면서 보기는 단 3개에 불과했을 만큼 흔들림이 없었다.
워드는 웬만한 베테랑급 선수가 플레이를 하는 듯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대회 코스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부는 악조건을 넘어야 했는데, 워드는 마치 홈 코스에서 경기하듯 편안하게 샷을 시도했다. 워드는 "링크스 코스에서는 보기를 피하는 게 확실히 중요하다. 그게 우승의 키포인트였다"며 "최종 라운드 18번홀에 다다랐을 때 내가 2타 차로 앞서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린에 가면서 자신감을 느꼈고, 버디로 마무리해 좋았다"고 말했다.
4라운드에서는 막판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깊은 러프에 빠져 타수를 많이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 번째 샷이 먼저 플레이한 김세영의 공에 맞고 멈추는 행운이 따랐고, 이후 2퍼트로 보기로 막으면서 선두를 지켰다.
워드는 18번홀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 짓고서 눈에 띄는 세리머니 없이 김효주, 김세영 등과 포옹하면서 홀아웃했다. 프로 데뷔전을 치른 선수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 대신 자신감은 넘쳤다. 우승을 확정 짓고서 워드는 "대회 기간 잠도 잘 잤다"며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에서 우승에 도전했을 때가 더 떨렸다. 그때 경험이 이번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워드는 아마추어 시절 치른 프로 대회에서 상금을 못 받은 것이 화제를 모았다. 아일랜드오픈 우승 상금 6만7500유로(약 1억900만원), 에비앙 챔피언십 3위 상금 54만7200달러(약 7억6000만원) 등 8억원가량을 못 받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30만달러(약 4억1400만원)를 받은 워드는 "우승 상금이 얼마인지 몰랐다. 상금 때문에 대회에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큰 차이는 없었다"며 "상금은 차를 사는 데 사용하겠다. 미국에 가면 운전면허도 따고 차도 사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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