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공원 부검실 철거 시작...제주의 망자들은 어디로
경찰교육센터도 법적 근거 모호

불법 논란을 빚은 제주 양지공원 내 부검시설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전용 시설 확보에 차질을 빚으며 향후 진행될 부검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양지공원이 화장동에 설치된 부검실에 대한 공유재산 사용허가 연장 거부를 통보하면서 이달 말까지 관련 시설이 모두 철거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국과수)은 그동안 제주대학교 법의학교실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부검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검의가 업무를 중단하면서 시설 사용이 어려워졌다.
이에 국과수는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제주의료원에서 임시로 부검을 진행했다. 그해 7월부터는 화장시설인 양지공원 화장동 1층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해 왔다.
부검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해부해 내부 장기와 조직을 검사하는 절차다. 형사소송법 제222조에 따라 검사가 검시를 먼저 실시하고 부검 여부를 결정한다.
유족이 동의하면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제2조에 따라 법의학 전문의의 집도로 시체를 해부하고 감정서를 작성하게 된다.
수사상 법의학적 감정 업무는 국과수 몫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적 감정처리 규정'에 따르면 국과수는 수사기관에서 의뢰하는 변시체의 검안 및 부검 등을 담당한다.
문제는 부검실 설치와 운영 관련 법률이나 규정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시체해부법상 시신에 대한 해부 장소는 의과대학으로 제한된다. 반면 부검은 규정 자체가 없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도 시신이나 유골에 대한 화장시설 설치와 운영만 규정돼 있다. 제주도가 뒤늦게 장사법 위반을 이유로 퇴거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경찰과 국과수는 민간 장례식장을 대체지로 검토했지만 이마저 법적 근거가 없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제주경찰교육센터 내 사무실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서면질의에 따른 답변서를 통해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제주경찰교육센터를 임시 부검 후보지로 지목했다.
하지만 특수교육시설 내 부검에 대한 근거도 없다. 이에 부검시설에 대한 명확한 근거 마련과 독립 시설 확보에 대한 노력이 절실해졌다.
제주에서 이뤄진 연간 부검 건수는 2021년 122건에서 2023년에는 170건으로 크게 늘었다. 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향후 부검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