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지원금 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품목에도 제한 있어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한 담배 구매가 급증, 일부 매장의 경우 품절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사용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담배는 일반 제품에 비해 마진율이 낮아 매출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익으론 이어지지 않는 만큼 당초 정책 취지와 효과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28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들이 실질적인 소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영업자 등의 매출 회복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즉,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1차 신청 접수가 완료됐다. 경기도의 지급 대상은 총 1천357만1천658명(지급예정액 2조1천826억 원)이었으며, 27일 현재 77.2%(1천47만 명·1조6천770억 원)가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소비쿠폰 사용과 관련해 불가능한 업종이나 매장은 존재하는데 반해 품목별로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아 정책의 원래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에 따르면 소비쿠폰 대부분을 담배 사는데 사용하는 사례가 상당수이고, 일각에선 '마치 흡연지원금을 지급한 것 같다'는 볼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 전체 매출은 평균과 비슷한 상황에서 담배 매출만 증가하고 있으며, 편의점 점주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에선 요즘 담배가 가장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편의점 점주 A씨는 "손님들이 찾아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물어보고 1보루 또는 2·3보루씩 구매한다"며 "편의점은 담배 매출만 높으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4천500원인 담배 한 갑을 판매할 때 남는 이익은 200원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마진이 4.5~5%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소비쿠폰의 사용 취지가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B씨는 "평소처럼 담배를 사러 갔는데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고, 피우던 담배 역시 다 팔리고 없었다"면서 "편의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소비쿠폰이 풀린 다음 재고까지 모두 소진됐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웃었다.
이와 함께, 수원 인계동 소재의 편의점 점주 C씨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 전인 지난 20일 담배(전자담배 포함) 판매량은 전체 매출의 30%인 117갑에서 지난 27일 기준으론 전체 매출의 43%인 282갑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담배 구매가 정책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품목이라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담배를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국민 생계를 지원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사업 목적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담배는 건강에 해로운 비소비제인데, 쿠폰 발급의 원래 취지와 어긋나 정책 효과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에선 품목에 대한 제한을 두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한이 없으면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쿠폰 사용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인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비 장려를 위한 취지에 맞게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담배를 사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기본 취지에 맞게 소비자로서의 역할 중요성, 책임 등의 측면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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