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약 4만 달러, 핏빛 ‘세종대왕’과 ‘신사임당’[화요세평]

형광석 2025. 7.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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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석 (사)상생과 동행 대표
형광석 (사)상생과 동행 대표

어느 분은 '피자빵'을 마주하지 않으려 한다

왜 그럴까? '피자빵'은 그 이름에서 검붉은 '피' 비린내를 불러 일으키는가. 혹자는 그 빵을 '피가 낭자한 빵'의 줄임말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공식 격상하였다. 2024년 기준 대한국민 1인당 소득(국민총소득, GNI)은 약 3만6,624달러(한국은행,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2025.3.5.)이고, 최근 2년 연속 일본을 앞섰고, 세계 6위이다. 원화 기준으로 4,995만5천원이다. 대략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달러와 원화로 각각 4만달러와 5천만원이다. 가구(2023년 기준 평균 가구원 2.2명) 소득은 1억1천만원이다. 그 수준에 이르는 가구가 많지는 않을지라도 대한국민은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대상이 됐다고 봐도 좋겠다.

우선 SPC(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nies)는 취임한 지 60일도 안 된 이재명 대통령이 그 공장을 방문했기에 이제 잊히지 않을 고유명사가 됐다. 그 회사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면적이 한 평에서 두세 평으로 늘어났겠다.

올해 5월 19일(월), 심야시간대인 02:50경 경기 시흥시 SPC삼립 제빵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2023년 8월 8일(화), 낮 12:30경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5세 여성 노동자가 빵 생지 분할기(반죽 기계)와 2층 높이의 반죽 볼 리프트 사이에서 작업하다가 리프트 기계에 배 부위가 끼이는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았으나 10일 낮 12시 30분께 목숨을 빼앗겼다. 2022년 10월 15일(토), 06:15경 경기도 평택시 SPL(SPC그룹 계열사) 평택공장의 냉장 샌드위치 공정에서 23세 여성 정규직 노동자 1명이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배합기(配合機)에 상체가 끼여 목숨을 빼앗긴 채로 발견됐다. 그 노동자는 1년 넘게 야간 근무조로 일하며 밤새 10~15㎏이 되는 재료를 옮기고 기계를 돌렸다(한겨레, 2022.10.21.). SPL은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Paris Baguette)를 운영한다. 이상은 필자가 한겨레:온(www.hanion.co.kr)에 실은 글의 일부다.

SPC계열 빵 공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자 3명은 모두 여성이다. 20대 1명, 50대 2명이다. 근로기준법 제70조(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제1항 '사용자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가 입법취지에 맞게 현실에서 잘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탓에 오만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 초상화에서 이율곡 선생을 길러낸 자애로운 빛보다는 핏빛이 느껴지는가 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현장을 살피고 말하길,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간헐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투철함은 3번 반복한 '똑같은'에서 드러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노동현장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혹은 심야 노동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노동자가 대폭 줄어들고, 그것이 지속 가능해지게 하는 토대가 2025년 후반기에 탄탄히 만들어졌노라는 평가가 나오길 기대한다.

하나 더 기대한다. 소득수준의 상승에 따라 대한국민이 기피하나 사회적으로는 필요한 3D직업(dirty, dangerous, and demanding job)에 종사하다가 목숨을 빼앗기는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대폭 감소하여 대한국민이 외국인에게 산업재해를 전가하는지 모르겠다는 평판이 들리지 않으면 좋겠다.

대한국민 소득에서 피비린내가 사라지고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초상화에서 웃음기를 느낄 그날이 이른 시일 내에 오기를 바라면서 꽃이 져도 잊지 말자, 노동현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자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