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우산’ 씌워주겠다는 미·중…“한국, 독자 AI 없으면 종속 우려”

미·중 AI 패권 경쟁이 기술우위 다툼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힘 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이 AI 기술 동맹국 수출 확대를 포함한 ‘AI 행동계획’을 발표한 직후 중국은 ‘국제 AI 협력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각자의 ‘AI 우산’에 들어오라는 손짓인데, 자칫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은 소버린(주권) AI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8일 AI 전문가·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문을 연 쪽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경쟁에서 승리하기: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행동계획은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안보 선도’라는 세 축의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혁신 가속화’와 ‘AI 인프라 구축’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안전·윤리 규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AI 규제 완화·철폐, 반도체 생산 시설·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 촉진 방침을 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제 외교·안보 선도’ 전략이다. AI 반도체부터 AI 모델, 애플리케이션, 로봇, 기술표준까지 아우른 AI 기술의 종합세트(풀스택)를 동맹국에 적극 수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 대학원 특임교수는 “거칠게 비유하자면 ‘핵무기 개발하지 말고 우리 우산 안으로 들어오라’ ‘AI 다 만들어줄 테니 우리 것을 쓰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발표 사흘 뒤 중국이 맞불을 놨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 대회(WAIC)’ 개막연설에서 ‘AI 국제협력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AI가 소수 국가와 기업의 독점적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내놓은 제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맹 중심으로 자체 진영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다자체제를 만들려는 중국으로, 두 진영이 형성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치열해지는 ‘AI 신냉전’ 속에서 한국은 독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이 AI 생태계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서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아직 어느 국가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의 독자적 모델 없이는 종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맹을 콕 집은 미국 ‘AI 수출’ 전략에 대해선 활용은 하되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자국이 통제권을 갖는다는 의미의 ‘소버린 AI’ 전략과 충돌할 수 있어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메시지는 ‘소버린 AI를 할 필요 있겠느냐’는 것에 가까워 우려스럽다”면서 “이런 압력에 대해선 버티칼 AI 부문(특정 산업·업무에 특화한 AI)에서 수용하고 독자 AI 모델 개발은 그것대로 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정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미국은 동맹국을 미국 AI 공급망 및 생태계 안에 넣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그대로 따르기만 할 경우 훗날 관세처럼 우리를 위협할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우리의 소버린 AI 전략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에 집중되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 쪽에도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주도권 경쟁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석빈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갖고 있는 AI 기술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미·중 경계선에 있으면서 우리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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