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브리핑 생중계’는 맞는 방향이다 [저널리즘책무실]

이종규 기자 2025. 7.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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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규 | 저널리즘책무실장

대통령실이 ‘쌍방향 브리핑’ 생중계를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났다. 지난달 24일 첫 브리핑 생중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제 ‘대통령실 관계자’발 기사가 많이 줄겠구나.’

익명 취재원 남발은 한국 언론의 고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기사를 읽다 보면, 정체불명의 ‘관계자’가 무수히 등장한다. 익명 보도 관행이 가장 뿌리 깊은 출입처가 대통령실이다.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위원장을 역임한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한겨레에 보내온 ‘책무실통신’에 이렇게 썼다.

“한겨레 기사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고위 관계자’는 누구일까? 독자 입장에서 볼 때 비실명 처리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기사들이다. 심지어 ‘핵심 관계자’가 공공연하게 기자들에게 말해준 정보를 보도할 때도 그는 ‘핵심 관계자’일 뿐 지위나 이름이 드러나 있지 않다.”

이처럼 ‘대통령실 관계자’가 남용된 이유는 대통령실의 브리핑 규칙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먼저 대변인 등 참모들이 카메라 앞에서 짤막한 공식 발표를 한다. 이때까지는 당연히 실명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의응답은 카메라를 끈 채 이뤄진다. 이를 백브리핑이라고 한다. 백브리핑 전환 이후 나온 발언은 그 내용이 뭐든 ‘관계자’로 써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 등 전혀 민감하지 않은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도 ‘핵심 관계자’가 등장한다. 방송에 출연해 실컷 떠들어놓고는 그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숨어 해명 발언을 내놓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자들은 익명이든 실명이든 그게 뭐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미디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 보도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아무 말이나 내뱉고도 책임은 지지 않게 만드는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이다. 너무 쉽게 익명을 허용하면 권력자 손에 여론 영향력까지 쥐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2023년 9월 나온 기상천외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성명’이 단적인 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한 바로 그 성명이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 앞에서 이 성명을 읽고도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성명이 나간 직후 여권의 전방위 여론몰이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졌다. 익명 보도를 당연시하는 관행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독자들은 그런 ‘중대한’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되는 걸까?

브리핑 생중계의 효과는 뚜렷했다. 생중계 이후 한달간 10개 주요 일간지 기사 중 ‘대통령실 관계자’가 들어간 기사는 242건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한달(962건)과 견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뉴스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 검색 결과)

물론 부작용도 있다. 질문하는 기자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유튜브에는 브리핑 화면을 이용한 쇼츠(짧은 영상)가 넘쳐나는데, 대부분 기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강유정 대변인의 기레기 참교육’류의 영상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대통령실이 불편해할 만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기자의 취재와 보도는 공적 활동이다. 따라서 시민의 감시와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기자의 질문 장면을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왜곡해 모욕하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심적 압박에 기자들이 질문을 망설이게 된다면 시민의 알권리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최근 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비방 등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에 우려를 표명하며 “시민들의 절제 있는 성원”을 당부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시민 편에서 보면 브리핑 생중계는 긍정적인 변화임이 틀림없다. 브리핑 내용이 공개되지 않던 시절, 기자들이 왜곡 보도를 한다는 의심이 팽배해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변화의 첫발을 뗀 만큼, 새로운 시도가 잘 자리잡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 브리핑에 나선 대통령실 참모들이 질문하는 기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훈계조의 답변 태도를 보일 경우 ‘좌표 찍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자는 시민을 대신해 권력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직업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기자들도 질문의 질을 높여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답을 정해놓고 의도된 질문을 하거나 정치적 공방을 부추기는 보도를 한다면 언론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시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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