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윤석열과 다를 바 없어"…북한 김여정 담화문 속내는?

조성준 기자, 김인한 기자 2025. 7.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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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北의 대남전술 무시→반응 전환…한미동맹 비난하며 대화 전제조건 사실상 제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 사진=뉴스1(노동신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첫 담화를 낸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김 부부장이 그동안 대남 '무시' 전술을 구사했지만 첫 '반응'을 내놨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틀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을 한미동맹 맹신자로 규정한 점으로 볼 때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논평에 대해 "북한 당국이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한관계(북남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등 최근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도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와 함께 "리재명의 집권 50여일만 조명해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완화요' '조한관계 개선이요'하는 귀맛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윤석열 전 대통령 등)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번 담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대남 태도가 바뀐 부분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는 '리재명정부'라고 거명하면서도 '괴뢰' 등 자극적인 용어 사용은 자제했다. 지난 1월17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을 외신으로 인용하며 '윤석열 괴뢰를 수사 당국으로 압송'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무시'로 일관해 온 북한이 새 정부의 정책에 '반응'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전히 한국을 타국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중단 정책을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북한 입장에서의 관심을 표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남 무관심, 무시에서 관심과 인정으로 낮은 수준의 대남정책 전환 가능성을 (이번 담화에서)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남북대화 전제조건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에서 높은 수준의 남북화해 협력의 선제적 조처를 하고 미북 정상회담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 한미군사훈련 조정 등의 유연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담화에선 현재까지의 대북 정책으로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점도 재확인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는 북한의 입장을 좀 더 강하게 내세운 것"이라며 "새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으로는 (남북대화가) 곧바로 될 것처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담화에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2018년 6월 미북정상회담 등처럼 급직전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고, 경제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러시아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더는 없다"며 "이번 담화문은 한국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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