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충돌하는 주주 이익 vs 채권자 이익…“균형 필요”

조계완 기자 2025. 7. 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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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 채권자 입장 상법 개정 분석
배당 확대 등에서 주주·채권자 이해관계 달라
평가사들 “채권자 이익 훼손 보완할 기준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힌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통과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최근 공포된 1차 상법 개정 내용과 입법 추진 중인 2차 상법 개정안이 주주 이익·환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주주 이외에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 관점에서도 균형을 이루는 ‘기업 재무전략 기준과 관행’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나온다. 신용평가 관점에서 볼때, 최근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두 축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반되는 만큼 균형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내놓은 ‘상법 개정과 신용평가: 경영·재무전략 변화에 따른 채권자 이익 침해 경계해야’ 리포트에서 기업 경영활동에서 주주와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례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며 “소액주주 이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상법 개정으로 채권자보다는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업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기평이 제기한, 채권자 입장에서 이익을 침해하거나 불리한 요인은 △배당 확대 △유상증자 위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다.

우선 밸류업(저평가 탈출)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연계되는 배당 확대는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 재무활동이다. 배당 확대는 재무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로 지배구조가 변경된 기업들의 경우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이나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재무위험이 증가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사례도 많다고 한기평은 지적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유상증자 역시 채권자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측면을 안고 있다. 채권자로서는 유상증자로 자본이 확충돼 재무안정성이 높아지는 반면, 주주들은 발행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가 희석을 우려해 유상증자에 부정적인 경우가 흔하다.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소액주주 중심으로 유상증자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한기평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되면서 이것이 유상증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유상증자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확실한 재무구조 개선 방법인 유상증자에서 위축이 예상돼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2차 상법 개정안에 추가로 담길 가능성이 있는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소각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현금유출을 수반하는 터라 자기자본 감소를 초래해 결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차입을 통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고려아연의 경우 재무부담 증가가 직접적인 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한기평은 “필요한 경우 보유 중인 자사주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자사주를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의 자금조달도 가능한데, 소각이 의무화되면 보유 자사주를 활용한 재무전략의 유연성이 사라진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상법 개정 자체를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개정 방향이 소액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업의 의사결정이 채권자보다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에 따라 향후 회사채 발행 때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채권자 이익 보호를 위한 강력한 특약 요구로 이어져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이어 “채권자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사전에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고, 개정 상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이해충돌 사례를 통해 ‘주주와 채권자간 적절한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모범적인 관행과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24일 내놓은 ‘채권자 관점에서 본 최근 상법개정’ 리포트에서 “기업 경영이 주주친화적 재무전략으로 바뀌면 채권자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논평했다.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의 자기자본, 즉 ‘이익유보를 통한 유사시 손실흡수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과다하면 채권자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한신평은 또 “‘주주 이익 보호’ 관점에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불공정 합병비율 산정 등 최대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방지하는 건 소수주주뿐 아니라 채권자의 이익보호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계열 내 연대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배주주(오너)에 견줘 이전보다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면 기업경영에서 오너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계열사 지원’이 축소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업 신용도에서 모기업 등 지원 주체는 전반적인 계열리스크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반면에 지원 대상인 계열사는 그동안 신용등급에 반영돼온 ‘계열 내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사라져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한신평은 “주주친화적 경영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자금조달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동시에 적정 수준의 재무 건전성도 유지되는 선순환 방향이 채권자 입장에서도 바라는 기업행태 변화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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