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전승절 참석하면 시진핑 국빈 방한’…중국, 탐색전

중국의 9월3일 ‘전승절 열병식’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은 여전히 외교 경로 등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이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을 포함한 한중관계 개선 폭과 연동시키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여러명의 외교 소식통 말을 들어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초 한중 외교부 국장급 협의 등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재차 타진했다. 이와 별도로 이달초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관방 연구소의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 학자들에게도 중국측은 이 대통령이 직접 열병식에 참석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의 격을 더 높여서 한중관계 개선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중국 쪽에서 이 메시지를 받은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면 시 주석이 국빈방문의 격을 높여 한중관계 개선의 폭도 넓어지겠지만, 이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시 주석이 1박2일로 방한하고 한중관계 개선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0월31일~11월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시 주석 참석 가능성은 높다. 내년 APEC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차기 주최국 정상으로서 시 주석이 올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핵심은 11년만에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한 형식이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시 주석이 국빈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해 양국 간 다양한 이슈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뜻을 여러 경로로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올해 전승절 행사의 공식 명칭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이다. 중국이 러시아, 미국 등과 함께 일본의 침략에 맞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다. 정부는 아직 한미 정상회담도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참석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북한에서 누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남북 만남’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참석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의 중국 특사 파견을 두고도 양국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김태년, 박정 의원 등을 중국 특사단으로 보내기로 하고 중국측과 논의해왔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국은 특사단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겠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왜 시 주석이 꼭 특사단을 만나야 하느냐며 일정을 확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도 “시 주석과의 면담 일정을 못 잡은 것이 특사단이 가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고,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우리 정부가 한중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 구체적인 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특사 방중 둘러싼 한중 간 줄다리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의 방향을 둘러싼 탐색전 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길 기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한미동맹 재조정 이슈가 워낙 긴박하기 때문에 한중관계가 우선 순위가 아닌 셈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야 한중관계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한중관계 개선의 속도와 내용에 대해 양국의 입장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도 중요한 초점이다. 애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9월3일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해 9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9월 방중은 없을 예정이라면서 미중 양측이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후인 10월이나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APEC 정상회의 참석 전에 중국을 방문하거나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별도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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