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57) 사사성장 탑탑안행

강시일 기자 2025. 7. 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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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일 부국장, 편집국 정치사회2부

"사사성장(寺寺星張) 탑탑안행(塔塔雁行)." 『삼국유사』에 기록된 중국 사신이 신라 서라벌, 지금의 경주를 보고 감탄하며 한 마디로 표현한 구절이다. "절들은 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서 있다"는 뜻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도 배운 말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방향은 이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경주시와 경북도가 '경제 APEC, 문화 APEC, 평화 APEC'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으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우뚝 서게 하겠다는 목표에서 문화APEC을 강조한다면 말이다. 경주를 상징적으로 대표할 만한 이미지와 감동적인 서사가 담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이 APEC을 통해 경주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경북도는 APEC 이후에 경주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세계 경주포럼 개최, 보문단지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신라역사문화대공원 조성 등의 사업계획을 내놓고, 정부에 사업비 지원을 받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5년, 10년 안에 시설물을 설치해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의 선두주자들을 비롯한 한류를 대표하는 연예인들을 초청한 대형 공연과 전시를 통한 경주와 대한민국의 뛰어난 문화적 인프라를 선보이는 일회성 이벤트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

이미 2017년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베트남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다낭을 모델로 삼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다낭은 300만 명을 웃도는 인구로 경주보다 10배 이상으로 규모가 큰 도시이기도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공항 확장, 해안리조트단지 개발, 역사문화자원의 현대적 해석에 이은 관광객 눈높이에 맞춘 문화콘텐츠 기획과 시설 정비 등 전략적 관광도시 육성정책이 적중했다.

경주와 경북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역사문화자원을 차고도 넘칠 정도로 보유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 가운데 특별히 세계인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을 대표적인 무엇을 발굴하고,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는 일이 시공간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일이다.

경주는 노천박물관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경주에 도착하면서부터 시각적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고분군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를 중심으로 한 경주역사유적지, 양동마을, 옥산서원 그리고 8곳의 사적형 국립공원은 경주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이때 써야 제격이다. 많은 보물들을 특별하게 스토리텔링하고, 찾아와 즐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주는 특히 신라 천년의 도시라는 것을 드러내 보일 문화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천년의 세월을 이끌어 온 중심에 56명의 왕이 있고, 이들을 보좌하거나 리드했던 장군과 승려가 있다. 진흥왕과 그를 정복군주로 만들었던 이사부, 삼국통일을 기획하고 완성에 이르게 한 김유신 장군,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정신적인 행복을 찾게 한 대중불교의 효시 원효대사. 최소한 이 네 주인공들의 삶을 조명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재매정, 천관사지, 교촌마을의 요석궁과 분황사, 황룡사 등을 찾아가는 탐방코스를 이어가는 시스템을 제작 운영하는 것은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성공 방법이다. 2025 APEC 정상회의가 코 앞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와 함께 화려한 내일을 장식할 아름다운 경주의 문화적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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