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전, 가장 이기고 싶은 경기가 될 것…민수 형 생각 안 나게 하겠다” 서사의 중심에 선 김도훈의 의지

김희수 기자 2025. 7.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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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김도훈./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흥미로운 서사가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김도훈도 있다.

다가오는 2025-2026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매치업 중 하나는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맞대결이다. 비시즌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두 팀 간의 서사가 쌓였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핵심 자원 임성진이 KB손해보험과 FA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팀 내에서는 물론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슈퍼스타인 임성진의 이적은 남자부 비시즌의 빅 뉴스였다.

그만큼 그 여진도 거셌다. 임성진의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을 향한 선수가 무려 정민수였다. KB손해보험의 주장이자 화려한 국가대표-올스타 경력을 갖춘 정민수의 이적 소식은 임성진 영입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인 KB손해보험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팀을 상징하다시피 했던 스타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만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맞대결은 사실상 ‘임성진-정민수 더비’가 된 격이다.

그런데 이 서사의 중심에는 또 다른 선수 한 명도 서 있다. 바로 리베로 김도훈이다. 2020-2021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한 김도훈은 그간 백업 리베로 또는 후위 수비 강화 요원으로 활약해온 선수다. 그러나 정민수의 이탈로 다가오는 시즌은 주전 리베로의 중책을 맡게 됐다. 임성진-정민수 연쇄 이동의 최대 수혜자임과 동시에, 막중한 부담감을 안게 된 상황이다.

2024-2025시즌의 김도훈./KOVO

최근 수원에 위치한 KB손해보험 훈련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도훈은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도 있고, 재활 중인 선수도 있어서 젊은 선수들과 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훈련 때부터 내가 주축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중”이라며 비시즌 훈련 근황을 먼저 전했다.

김도훈은 최근 단양에서 치러진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에서도 주전 리베로로 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경기를 뛰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진행할수록 선수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공을 많이 받아야 옆에 있는 동생들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대회를 총평했다.

이후 김도훈 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봤다. 그는 “지난 시즌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리베로보다는 후위 세 자리를 돌면서 수비수로 나섰는데, 리베로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의 구상이었으니 최대한 팀에 헌신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본업을 소화하지 못한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그 아쉬움은 다가오는 시즌에 마음껏 풀 수 있다. 드디어 KB손해보험의 주전 리베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분명 부담감과 책임감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김도훈은 “(정)민수 형이 떠난 뒤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 어쩌면 외부에서는 이 상황을 위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반드시 살려야 할 큰 기회이기도 하다. 부담감을 극복하고 민수 형이 생각나지 않는 경기를 치러보려고 한다”고 씩씩하게 목소리를 냈다.

선배이자 팀의 주장이었던 정민수를 적으로 만날 한국전력전은 어떤 느낌일까. 김도훈은 “민수 형과 적이 되는 건 생소하지만 재밌는 그림일 것 같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최선을 다하겠다. 민수 형이 저를 봤을 때 ‘도훈이가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아마 한국전력전은 가장 이기고 싶은 경기가 될 것 같다. 민수 형이 워낙 밝고 까불까불한 성격이라 저를 많이 놀릴 것도 같은데(웃음), 제가 역으로 민수 형을 놀려보고도 싶다”며 정민수와의 맞대결을 고대했다.

그런 김도훈을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 역시 믿고 있다. 김도훈은 “감독님께서 기술적인 부분도 물론 많이 짚어주시지만, 리더십을 더욱 강조하신다. 지금의 팀 구성상 내가 상대적으로 네임밸류나 경험이 떨어지는 선수인 건 맞다.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말고 리베로다운 리더십을 보여주길 원하신다”며 아폰소 감독의 주문사항을 소개했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과 김도훈./KOVO

김도훈은 어떤 스타일의 리베로가 되고 싶을까. 그는 조용하지만 강인한 리베로를 꿈꿨다. 김도훈은 “리베로들 중에서도 빠르고 돋보이는 유형의 선수와 묵묵하게 팀을 지키는 유형의 선수가 있다. 나는 후자 같은 유형의 선수가 되고 싶다.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것도 물론 좋지만, 팀에 잘 녹아들어서 조용히 제몫을 다하는 리베로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며 자신의 지향점을 밝혔다.

끝으로 “그 동안은 항상 우승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은데, 이번 시즌에는 리시브나 디그에서 순위권에 들어보는 개인 목표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도훈은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의심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의심을 신뢰로 바꿀 수 있는 리베로가 되겠다”고 당찬 각오도 밝혔다.

모두가 임성진과 정민수의 바뀐 유니폼에 주목하지만, 김도훈 또한 이 서사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선수다. 이번 시즌에 그를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인물이 주인공이 될 때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터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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