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띄운 혁신위, 가라앉히는 ‘언더 찐윤’

김수혁 기자 2025. 7. 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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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지율 하락과 특검 수사, 혁신위 파행으로 안팎의 위기에 처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지만 인적 청산 없이 근본적 개혁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월16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시사IN 박미소

19%. 7월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이 받아든 지지율이다. 2020년 10월 3주 차에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뒤 기록한 역대 최저 지지율 17%에 근접했다. 19%라는 지지율은 직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인 4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제1야당이자 ‘보수 본가’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했다. 밖으로는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안에서는 혁신의 방향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그 전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인적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우환은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대선 패배 이후 혁신 요구가 나왔지만, 내부 갈등으로 번번이 좌초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직후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으나 당내 주류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새로 선출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별도의 혁신위원회 출범을 결정하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무산됐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6월30일 임기 종료로 직에서 물러난 이후 그 자리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겸임하기로 했다.

7월2일에는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7월7일 혁신위원 인선이 공식 발표됐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인선 발표 8분 만에 혁신위원장 사퇴를 선언했다. 안 의원이 대선 기간 지도부였던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을 요구했지만 송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안 의원은 “메스가 아닌 칼을 들고 도려내겠다”라면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비대위는 이틀 뒤인 7월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새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윤희숙 혁신위가 닻을 올렸지만 역시 순탄치 않다. 윤 혁신위원장은 7월10일 혁신위 1차 회의 결과 발표 자리에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개혁의 첫걸음으로 꼽았다. 그는 “당헌·당규에 잘못된 과거는 무엇이고 어떻게 단절하겠다고 새기겠다”라면서 “이것을 전 당원 투표로 묻겠다”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단절해야 할 과거’의 사례로 윤석열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탄핵 국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곧바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혁신안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의원은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면서 “서로 남 탓 하며 내부 총질을 하고 도망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 혁신위원장은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가 필요 없다고 하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다”라면서 발언 수위를 높이며 맞받았다.

7월14일에는 김건희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 송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현역의원 여럿이 참석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행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며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있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축사를 하기도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사람을 내친다든지 하는 게 혁신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장동혁 의원이 역시 전한길씨를 국회로 초청해 세미나를 함께했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물론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구상과 정반대의, 심지어 당 차원의 행보였다.

7월14일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리셋 코리아 운동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윤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앞줄 맨 오른쪽). ⓒ연합뉴스

내란 특검, 국힘 의원 전담팀 꾸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7월15일 〈시사IN〉과 통화에서 “혁신위는 안을 보냈고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할 건지는 비대위의 몫이다. 지금은 이를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윤 혁신위원장은 이튿날인 7월1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적 쇄신 1차분’이라며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을 직접 지목해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당 안팎에서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친윤 세력이 여전히 당의 주도권을 쥐고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대선 패배 직후인 6월16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친윤 송언석 후보가 전체 107표 중 과반이 넘는 60표를 얻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대선 전인 5월9일 열린 의총에서 대선후보 교체 절차 착수에 찬성한 표 역시 60표였다.

이 때문에 언론 앞에 잘 나서지 않으면서 지역구 사수에만 관심이 있는 중진 의원으로 이뤄진 이른바 ‘언더 찐윤’이 당을 좌우하며 민심과 괴리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뒷말이 쏟아진다. 당이 현역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방향의 혁신안이든 지금으로서는 친윤이 장악한 ‘현역-의총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혁신위 활동을 두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비대위는 7월14일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8월 중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 발표는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당초 혁신안에 대한 당원투표를 진행하고 쇄신된 분위기에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윤 혁신위원장의 구상이었지만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윤 혁신위원장이 송 비대위원장과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장동혁·나경원 의원을 대놓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의 앞길에 놓인 또 다른 변수는 특검 수사다. 김건희 특검이 윤상현 의원을, 채 상병 특검이 임종득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내란 특검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살펴보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담 팀을 꾸렸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강력한 인적 청산을 공약했다. 조 의원은 〈시사IN〉과 통화에서 “책임의 경중은 구분을 하되 당에서 내보낼 분은 과감하게 내보내야 한다. 특검보다 빠른 속도로 인적 청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의힘이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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