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산사태…‘취약지역’ 따로 ‘발생지역’ 따로

허시언 기자 2025. 7. 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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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여름이 이상해졌습니다.

가평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52곳 중 인명 피해가 난 3곳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죠.

국내 산사태의 93%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4980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이 가운데 4570건(93.1%)이 취약지역 외에서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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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여름이 이상해졌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폭염이 계속되고, 밤낮없는 더위에 잠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집니다. 비가 고루 내리지 않고 짧은 시간 한꺼번에 퍼붓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죠. 지구 온난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뚜렷해집니다. 이에 따른 재난도 더 자주 발생하는데요. 극한 기후는 이미 일상이 됐고, 기존 방재 대책은 이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폭우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이 20일 토사로 뒤덮혀 있다. 이원준 기자


지난 16~20일 닷새간 역대급 ‘물 폭탄’이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특히 경남 산청군과 경기 가평군 등에서 인명 피해가 많았는데요. 극한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유례없는 동시다발 산사태가 일어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산청은 6곳, 가평은 52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죠.

산림청은 관련 법에 따라 5년마다 산림 관리 계획을 세우고, 매년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을 기초 조사해 담당 지자체에 통보합니다. 그러면 각 지자체는 전문가들과 함께 산림 지형, 토함 함수 등 9개 항목을 평가한 뒤 위원회를 열고 A~D 등급으로 나눠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고시하는데요.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사방댐 설치나 식생 복원 등 사방 사업을 우선 시행하며, 연 2회 이상 안전 점검을 합니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사전 대피 명령을 내리는 근거로도 작용합니다.

산청군은 해마다 산림청 기초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해제해 올해 기준 총 195곳을 취약지역으로 관리했습니다. 그러나 산청에서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난 6곳 중 산청읍 단성면 방목리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약지역과 일부 인접하기는 해도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인 가평군도 311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했는데요. 가평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52곳 중 인명 피해가 난 3곳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죠.

국내 산사태의 93%는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4980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이 가운데 4570건(93.1%)이 취약지역 외에서 발생했습니다. 서준표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연구과 연구원은 “산사태 취약지역이라는 말은 곧 산사태 관리지역이라는 뜻”이라며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꼼꼼히 관리가 되기에 산사태가 덜 발생하고, 취약지역 외 산들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되는 편이기 때문에 산사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산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고정값이 아니고, 변수의 연속이라는 뜻입니다. 기후 변동성도 커졌고, 산불도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개발도 하고요. 이런 것들로 인해 산은 실시간으로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5년마다 기초조사를 진행하는 건 너무 늦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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