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김재원 아나운서, 직접 밝힌 은퇴 후 계획 "박수 칠 때 떠나야…" [인터뷰②]
직접 밝힌 은퇴 후 계획은?
"기억 남는 출연자는 닉 부이치치… 故 송해 선생님도 생각나"

매일 오전 8시 25분 '아침마당'을 통해 시청자들의 아침을 책임졌던 김재원 KBS 아나운서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다. KBS 아나운서 김재원은 1995년 21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30년 넘는 시간 동안 KBS의 얼굴로 그의 방송 여정을 이어왔다. 특히 '아침마당'은 그의 삶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최근 은퇴를 결정한 김재원 아나운서는 이제 '아침마당'을 떠나 제2의 여정을 시작한다.
최근 김재원 아나운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12년간 맡았던 '아침마당'을 떠나는 소회 등을 전했다. KBS 김재원 아나운서는 최근 12년 동안 진행한 '아침마당'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오는 31일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는 본지 취재로 알려진 바 있다. 방송국 생활 30년 6개월 중 절반은 '아침마당'과 함께였다. 매일 아침 시청자들을 만나며 그가 쌓아온 방송 인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날 김 아나운서는 하차를 앞둔 소회로 "'어차피 내가 이걸 영원히 할 순 없다'라는 명제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마음 같았으면 故 송해 선생님처럼 하고 싶었지만 상황상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맞겠다 싶었다"라고 전하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침마당' 최장수 남자 MC 등극한 김재원 아나운서
김 아나운서는 12년간 '아침마당'을 이끌면서 남자 최장수 MC가 됐다. 김 아나운서의 빈자리는 KBS 50기 아나운서 박철규가 채운다. 이를 두고 김 아나운서는 "엄지인 아나운서에게 가장 미안하다. 엄 아나운서에게 큰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다. 함께 진행을 맡은 지도 어느덧 2년이다. 청량감이 있다. 톡톡 터지는 쾌활함을 바탕으로 막내 며느리 같은 매력, 밝은 에너지를 지녔다. 엄 아나운서에게 많이 배웠다"라고 언급했다.

긴 시간 속에서 김 아나운서는 일관된 철학을 지켰다. "생활 속 모습이 방송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라면서 "출연자들을 대하듯 지인도, 가족도, 친구도 그렇게 대하려 노력했다"로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김 아나운서의 진중하고 사려 깊은 진행 실력이 돋보였던 '화요 초대석'은 김 아나운서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남았다.
"'화요 초대석'은 진행의 재미가 있었죠. 게스트의 인생을 끌어내는 건 마치 사람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일 같았습니다. 게스트가 스스로를 풀어내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게 제게는 들러리의 기쁨이었어요. MC는 그날의 게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안개꽃이어야 합니다. 박수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닉 부이치치의 '아침마당' 출연도 김 아나운서에겐 깊은 감명을 남겼다. 팔, 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전 세계 70개국을 다니며 희망을 전하는 호주의 연설가이자 목사다. 김 아나운서는 "닉 부이치치는 누구보다 쾌활하고 조리 있게 방송을 했다. 방송을 마치고 그에게 포옹을 해 드려야지 다짐하고 대기실에 갔는데 먼저 포옹을 해줬다. 팔 다리가 없는 분이지만 그 어떤 포옹보다 따뜻했다. 닉 부이치치는 모든 어머니 방청객들과 다 포옹을 했고 어머님들도 눈물을 흘렸다"라고 전했다.

'아침마당'에 수많은 스타들이 출연했지만 리처드 기어는 여전히 레전드로 꼽힌다. 리처드 기어는 영화 '귀여운 여인' '하치 이야기' '시카고' '사관과 신사'로 국내 대중에게도 익숙한 미국 배우다. 김 아나운서는 "리처드 기어가 방송을 마친 후 제 귓가에 '수많은 나라에서 방송을 했지만 이렇게 훌륭한 MC를 처음 봤다'라고 했다. 그 이상의 위로가 없었다. 제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언급했다.
세상 떠난 故 송해 선생님, 큰 아버지 같았다
'아침마당'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안겼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김 아나운서는 "가끔 '아침마당'을 너무 오래했구나 싶을 때가 있다. 함께 했던 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다. 故 송해 선생님도 기억에 남는다. 항상 큰 아버지처럼 꼭 오셨고 격려해주셨다. '자넨 나처럼 오래할 거야'라고 하셨다. 마지막 생방송이 핸드폰 벨이 울리기도 했는데 함께 웃으면서 방송을 했다. 故 김수미 선생님도 저를 늘 격려해주셨다. 故 현미 선생님은 호쾌한 노래를 불러주셨다. 이렇게 세상을 떠난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하며 그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 아나운서는 지금 자신이 마치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란다. 두려움보단 호기심으로 가득한 출발점이다. 김 아나운서는 "인생은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 같다. 저는 지금 다시 봄을 시작하려 한다. 비유를 하자면 저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적이 없다. 이제 그 입구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베이스캠프에 있었다. 앞으로 제 등정길에 함께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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