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암부터 기형아까지, 차세대 혈액 검사

한 해의 절반을 넘어선 7월, 휴대전화 문자함은 건강검진 문자로 가득하다. 마감이 임박하는 10월부터는 예약하고 검진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니, 이제 검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비용에 따라 다양한 검사가 건강검진에 추가되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검사가 있다. 바로 혈액 검사다. 가장 기본적이고 저렴한 검사이기에 우리는 종종 그 가치를 간과하지만, 혈액 검사는 첨단 생명기술을 등에 업고, 이전보다 중요한 진단 정보를 더 정확히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혈액 검사가 진화하는 중심에는 '액체 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있다. 기존 혈액 검사가 간 기능이나 염증 수치 같은 화학적인 생체 지표를 확인했다면, 액체 생검은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나 질병 유전자 조각, 엑소좀(exosome, 세포 사이의 택배 상자 역할을 하는 주머니) 등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하는 기술이다.
액체 생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진단법의 한계 때문이다. 암 진단을 위한 조직검사는 몸속에서 조직을 절제해야 하는데, 혈액 검사는 안전하게 채혈하면 된다. CT, MRI, PET 같은 영상 진단은 고가의 장비로 인해 비용이 수백만 원대에 이르지만, 혈액 진단은 훨씬 비용이 저렴하다. 이처럼 혈액 검사는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객관적인 진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액체 생검을 통한 혈액 검사 기술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암 분야에서는 혈액 속 순환하는 암세포나 종양 DNA 조각, 엑소좀의 분석을 통한 암 진단이 가능해졌다. 가장 연구가 빠르게 진행된 폐암의 경우, 혈액 내 종양 DNA를 검출하는 것을 통한 폐암 조기 진단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또한 이미 암이 진단된 환자 대상의 기술은 상용화가 완료돼 고통스러운 조직 절제 없이 표적 치료제를 탐색하거나 암 재발을 감시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액체 생검을 통한 혈액 검사 중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산전 비침습 검사(NIPT)이다. NIPT는 산모 혈중에 떠다니는 태아 DNA 조각들의 돌연변이 여부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을 99%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한다. 임신 초기인 10주차부터 가능하며 기존 침습적 양수검사의 유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기에 만 35세 이상 산모들에게 이미 일반적인 검사가 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원사업까지 진행되고 있다.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도전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의 지표물질은 뇌척수액에서만 측정 가능한데, 이를 채취하는 과정은 매우 위험하여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뇌 질환 지표 물질과 유전자를 혈액에서 감지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었으며, 이를 통해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액체 생검을 통한 혈액 검사 기술에도 넘어야 할 장벽들이 산재해 있다. 혈액 속 수많은 물질 속에 숨겨진 미세한 신호를 정확히 잡아내야만 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개인차나 다른 질환으로 인한 오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과제에도 불구하고 액체 생검을 통한 혈액 검사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역시 첨단 혈액진단기술 연구에 발을 맞추어나가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염증과 같은 특별한 병변 없이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객관적인 진단 지표가 없어서 대증치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2024년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은 혈중 엑소좀 내 RNA를 지표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진단하는 혈액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개선해 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혈액 검사를 통해 위험한 질병들을 조기에 쉽게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치료법을 제시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조유상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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