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버킷 리스트 / 손준호

송태섭 기자 2025. 7. 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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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사물에게 말을 거는 세계가 시다.

휘감고 부딪히고 달아나고 숨는 과정이 시다.

손준호(1971~, 경북 영천 출생)에게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명시를 만나는 일이다.

그의 버킷 리스트는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수채화처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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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 손준호

손깍지 베개로 풀밭에 누워 하늘 우러를 것// 턱 괴고 앉아 먼산바라기 할 것// 잠자리 편대의 비행을 따라 날갯짓해 볼 것// 뻐꾹새 우는 방향으로 귓바퀴 굴릴 것// 검은 고양이의 독백을 들어줄 것// 말라 가는 지렁이의 혼을 주머니에 담을 것// 회초리로 종아리 내리치고 길게 울 것// 매에에에, 아기 염소처럼 어린양 부려 볼 것// 아차, 등에 깔린 풀들의 심정을 헤아릴 것// 벌떡 일어나 손등으로 살살 어루만져 줄 것

『어쩌자고 나는 자꾸자꾸』(2022, 시산맥 문고시선)

느닷없이 사물에게 말을 거는 세계가 시다. 휘감고 부딪히고 달아나고 숨는 과정이 시다. 그의 시는, 시 아닌 것을 시라고 우기면서 시가 된다. 내용은 비약적이며 재미나고 새롭다. 이런 그의 시적 영감(靈感)은, 소리가 리드미컬하며 시행과 연은 조화롭다. 감정은 아름다운 물색(物色)을 띠며, 감응과 시흥이 시의 바탕을 이룬다. 그는 말과 언어를 어떻게 내면 깊숙이 새길지를 고뇌한다. 수사의 현란한 과잉을 피하고, 의미의 범람을 막는다. 그의 시는 의도를 버리고 놀라운 무의미로 건너간다. 시작 과정에서 익힌 정확한 문장을 통해, 구체화된 이야기를 입힌다. 그것에 덧대, 그의 시는 예민한 촉수와 시대를 꿰뚫는 시안(詩眼)이 있다. 손준호(1971~, 경북 영천 출생)에게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명시를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꿈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몽환일지 모른다. 왜냐면 "가장 아름다운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나짐 히크메트,「진정한 여행」중에서) 때문이다. 삶이 미완성이듯 예술의 경지 또한 멀고 아득하다. 그의 「버킷 리스트」는 상상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수채화처럼 그렸다. 그의 시구처럼, "손깍지 베개로 풀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볼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시인이다. 좋은 시는 작위적이고 복잡한 시상(詩想)보다, "턱 괴고 앉아 먼산바라기 할" 때, 홀연히 오는 것이다. 그렇다. 가을 허공에 손을 넣고 "잠자리 편대"처럼, "날개짓"을 따라 해 보는 것도 멋진 시작(詩作) 행위다. 현대시는 "뻐꾸기"가 시인지, '뻐꾹새 우는 소리'가 시인지를 질문하는 방식이다. 마치, 묘사를 통해 이미지를 불러내고, 이미지를 통해 묘사를 유추하듯, 시는 아이러니하다. 어떤 측면에서 손준호의 시는, 은유를 깊이 찌른 환유의 시법으로도 읽힌다. 하여, 그의 은유는 "검은 고양이의 독백"을 알아채는 놀라운 관념의 극치다. 시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정의될 수 없는 무정형의 정형이다. 때로는 "아기 염소처럼 어린 양"도 부리는 주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등에 깔린 풀들"을 "살살 어루만져 줄"줄도 아는, 놀라운 언어의 감각이 시다.

김동원(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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